[손남원의 연예산책] SBS '패밀리가 떴다'와 함께 일요일 TV 예능의 시청률 1위를 다투는 중인 KBS 2TV 코미디 프로 '개그 콘서트' 출연 개그맨이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화제에 올랐다. '개콘'의 스파르타식 출연자 관리에도 구멍이 생긴 걸까. 사건 개요는 이렇다. '개콘'의 인기 코너 '독한 것들'에서 얼굴을 알린 개그맨 곽한구가 16일 벤츠 차량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귀가한 후 자숙에 들어갔다. 그는 경찰에서 "벤츠 승용차를 타보고 싶은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잠시 타보고 돌려주려고 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막 뜨기 시작한 신인 개그맨이 연예인 호화 생활을 동경했던 탓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자인한 셈이다. 사건이 알려진 후, '개콘'측의 대응은 빨랐다. 최근 완전히 자리를 잡는 듯했던 '독한 것들' 코너는 17일 오후 예정된 녹화에서 제외됐으며 제작진은 코너의 존폐 여부를 심각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대응이 나오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콘' 제작진이 출연 개그맨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방송가에서 유명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아쉬움이 더한다. 2000년대 들어 지상파 TV에서 정통 코미디 프로가 급격히 쇠퇴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그맨 사회를 둘러싼 잦은 사건사고다. 연예계를 통틀어 선후배간 규율이 가장 세기로 유명한 개그계에서는 그동안 구타 사건이 자주 발생했고 그 때마다 코미디 프로들은 존폐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는 코미디 전성기 부터의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도제식 교육 관행이 바탕에 깔려 있고 요즘 코미디 프로들이 팀워크를 강조하는 콘서트 방식의 무대로 꾸려진다는 점도 시대적 변화를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개그 콘서트'를 비롯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 등은 마치 기숙학교를 방불케 하는 통제와 규율을 갖고 대다수 출연자들을 관리한다. 배고픈 신인들은 KBS '인간극장'에서 다뤄졌던 것처럼 끼니 걱정을 하면서도 '쨍하고 해뜰 날'만을 기다리며 이들 코미디 프로에 목을 매는 형국이다. 제작진의 구속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가질수 있는 개그맨이 되려면 적어도 서너 개 예능 프로를 뛸 정도의 명성과 실력을 갖춰야 하고 이 때서야 겨우 연예인다운 벌이가 시작된다.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출연진 관리를 잘하는 곳으로 개그계에서 정평 난 곳이 바로 '개콘'이다. 웬만해서는 다른 프로나 타사 출연 등이 어렵고 코너 한 개를 따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기 이를 데 없다. 당연히 이런 프로일수록 제작진의 입김과 권위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개콘'은 코미디 프로의 부흥을 이끌었고 지난 3월말 이후 매주 20%대 초반 시청률을 유지하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 끝에 드디어 예능 최정상에 올랐다. 지난 해 가을 개편 때 방송 시간을 앞당기면서 선정성 시비가 일 만한 내용들을 자진해 줄였고 그 덕분에 남녀노소 고른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어린이 시청자가 늘었음은 물론이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웃음을 줘야할 '개콘' 개그맨이 불미스런 일에 휘말린 이번 사건은 '개콘'의 출연자 관리 시스템에도 분명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신인 개그맨들 자신이 밝고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창작에 임할 때, 보다 건전한 웃음과 삶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OSEN 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