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친구들은 반도 못따라간다". 김인식(62) 한화 감독이 베테랑 투수들의 화려한 과거를 추억했다. 팀의 시즌 승률이 3할대(.387)로 최하위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김 감독은 지난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부상으로 넘쳐나는 선수들과 가용 자원의 부족한 현실을 담담하게 밝혔다. 특히 김 감독은 구대성(40)을 가만히 보면서 "1군 주전과 백업요원의 차이가 크고 젊은 선수들이 옛날 잘했던 선수들의 반도 못따라오고 있다"고 한화를 진단했다. 물론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코칭스태프로서는 종잡을 수 없는 젊은 투수들에게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송진우(43), 정민철(37), 문동환(37)이 그동안 얼마나 잘했는지 알 수 있다"며 새삼 베테랑 투수들이 다시 돌아와주길 원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과연 이들 3인방은 얼마나 잘했을까. 김 감독은 지난 2003시즌을 마친 후 두산 지휘봉을 놓았다. 1년을 쉰 후 2005시즌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로 5년째 한화를 맡고 있다. 그 때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한화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 원동력은 결국 이들 베테랑 투수들이었다. 2005년에는 이들 선발 3인방이 30승을 올렸다. 팀이 거둔 64승(61패 1무)의 절반에 가까운 승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SK를 3승 2패로 꺾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로 미끄러졌다. 지난 1989년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송진우은 이 당시 만 39세였다. 그러나 2004년(11승 8패)에 이어 2005년에도 두자리 승수(11승 7패)을 거뒀다. 통산 11번째 한 시즌 두자리 승리다. 소화 이닝은 172이닝에서 127⅔이닝으로 줄었고 평균자책점도 3.61에서 3.81로 올랐다.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여전히 빛을 발했다. 뒤를 이어 문동환은 10승 9패 3.47의 평균자책점을 올렸고 정민철은 9승 3패 4.82의 평균자책점이었다. 참고로 김 감독과 송진우는 동국대 시절부터 스승과 제자였다. 2006년은 류현진의 가세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다. 67승(57패 2무) 중 류현진이 혼자 18승을 올렸다. 그러나 문동환이 16승(9패, 평균자책점 3.05)을 올렸다. 송진우는 8승(8패, 3.60), 정민철은 7승(13패, 3.93)이었다. 합쳐서 31승이다. 전 시즌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거둔 승수는 오히려 1승이 더 많았다. 이때 미국에서 돌아온 구대성은 37세이브(평균자책점 1.82)로 뒷문을 든든하게 잠궈줬다. KIA, 현대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삼성에게 4패 1승 1무로 무릎을 꿇었다. 2007년에는 정민철(12승 5패, 평균자책점 2.90)이 세드릭(11승 13패, 4.15)과 함께 류현진(17승 7패 2.94)의 뒤를 받쳤다. 문동환은 허리 부상으로 한동안 빠졌지만 5승(3패, 3.11)를 올렸다. 송진우는 선발에서 중간으로 보직을 옮겨 안영명(15홀드, 3.26)과 함께 두자리수 홀드(10홀드, 4.54)를 기록했다. 한화는 2006년과 같은 67승 57패 2무의 성적을 올렸다. 당연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2승 1패로 꺾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3연패, 고개를 숙였다. 작년에는 송진우가 6승(8패 2홀드, 4.48) 정민철이 6승(10패, 5.23)으로 어느 정도 해줬지만 문동환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도 탈락했다. 64승 62패로 5할 승률 이상을 거두고도 5위에 그쳤다. 결국 이들 3인방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 김인식 감독에게 선사한 승리는 모두 92승이다. 송진우가 27승, 정민철이 가장 많은 34승, 문동환이 31승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김 감독이 '국민감독'으로서 세계에 한국야구를 펼칠 기회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만큼 각별하다. 올 시즌에는 구대성이 1군에 올랐지만 아직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정민철이 이날 2군행을 통보받아 송진우, 정민철은 이제 1군에서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김 감독의 말대로라면 아직 이들의 기량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없는 셈이다. 지난 7일 대전 SK전에 앞서 전날(6일) 외야 수비 실수에 대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녀석들"이라며 지긋지긋함을 유머와 재치로 대신했던 김인식 감독. 그러나 이날은 "야구 안되면 힘들다. 몇점을 리드해도 불안하다"며 "'죽겠다'고 해봐야 누가 도와주겠는가. 더 밟아버리지"라며 냉정한 프로세계의 현실을 씁쓸하게 되새길 뿐이었다. letmeout@osen.co.kr 송진우-정민철-문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