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스피드의 강자’ 이대형(26)과 ‘센스의 강자’ 박용근(25)이 LG의 주루플레이를 이끌고 있다. 지난 19일 잠실구장. 삼성 라이온즈를 만난 LG 트윈스는 1-4로 뒤진 채 8회말 공격을 맞이했다. 선두타자 이대형은 볼넷을 얻어 1루를 밟았다. 삼성의 권혁-현재윤 배터리는 31개의 도루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던 이대형에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안치용 타석 볼카운트 2-1에서 5구째, 권혁이 오른쪽 다리를 드는 동시에 이대형은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시속 148㎞의 빠른 공을 잡은 현재윤은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송구했으나, 2루수 김재걸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한 이대형을 태그하지도 못했다. 시즌 32번째 도루 성공. 안치용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2루타 때 이대형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이대형의 발로 만든 1점으로 LG는 2점차까지 추격했다. 1사 2루, LG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온 박용근은 페타지니의 대주자로 투입됐다. 최동수 타석에서 바뀐 투수 정현욱이 2구째 몸쪽 높은 직구(151㎞)를 뿌리는 순간, 박용근은 3루로 향했다. 현재윤이 송구를 하기에 가장 편한 코스의 공이었으나, 3루수 손주인이 점프해서 잡을 정도로 높게 던진 탓에 3루를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로 도루를 허용한 현재윤의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LG는 결국 대타 이진영의 결승 3점포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었다. ‘기적의 8회말’ 에는 이진영의 홈런도 있었지만, 이대형과 박용근의 존재가 삼성 배터리와 내야수들의 진을 빼놓은 효과도 있었다. 두 선수의 도루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다. LG의 유지현 작전코치에게 두 선수의 도루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현역 시절 통산 296도루를 기록해 이 부문 역대 6위에 올라있는 유 코치는 “이대형은 스피드, 박용근은 센스로 승부를 건다” 는 말로 두 선수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대형은 기본적으로 주력이 뛰어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주자라고 생각한다” 는 평가를 내린 유 코치는 “(이)대형이의 경우에는 스피드를 앞세운 도루를 한다” 고 말했다. 박용근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신뢰하는 대주자 요원이다. 그라운드에 나서기 전에 상대 투수와 내야수, 경기 상황 등 모든 정보를 숙지한 뒤, 한 번에 승부를 건다” 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스피드 차이를 묻는 질문에 유 코치는 “대형이가 훨씬 빠르다. 용근이는 센스와 스타트가 좋고, 과감하기 때문에 도루 성공률이 높다” 고 말했다. 도루 성공률은 이대형이 80%(성공 32, 실패 8)이고, 박용근이 78.6%(성공 11, 실패 3)이다. 유 코치는 자신의 선수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발이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센스를 살려 도루를 했다” 고 말한 뒤, “두 선수 중에서는 용근이가 나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라고 소개했다. 뒤이어 “도루는 4S, 즉 스타트, 스피드, 슬라이딩, 센스가 중요하다. 스피드가 우선인지, 센스가 우선인지는 선수들마다 다르다” 고 덧붙였다. 이대형과 박용근. 각자 다른 스타일의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는 그들이 있어 LG의 야구는 신바람을 낼 수 있다. ‘전공 분야’ 가 다른 두 선수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만점 효과를 내고 있다. 이대형-박용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