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전이 승리로 이어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가 '북치고 장구 친' 김현수와 오랜만에 선발승을 따낸 이재우 덕택에 SK 와이번스의 3연승을 저지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두산은 21일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SK와의 더블헤더 2차전서 4회 쐐기 만루포에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를 펼친 '기계' 김현수와 만 4년 여만의 선발 등판서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이재우 등을 앞세워 11-2로 승리했다. 더블헤더 1차전서 3-8로 무릎 꿇으며 3연패를 당했던 두산은 더블헤더 1승 1패로 시즌 전적 38승 2무 24패(21일 현재, 승률 5할9푼4리)를 기록, 2위(39승 4무 25패, 승률 5할7푼3리) SK와의 승률 차를 벌여 놓았다. 선취점은 두산의 방망이서 터져 나왔다. 두산은 2회초 최준석의 2루수 앞 타구 때 상대 2루수 정근우의 송구가 불안하게 이어지며 내야안타를 내줬다. 손시헌과 이원석이 모두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2사 1루가 된 상황서 안방마님 용덕한은 상대 선발 고효준의 7구를 제대로 공략했다. 이는 외야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되었고 그 사이 1루 주자 최준석은 열심히 홈을 향해 돌진, 팀의 선취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3회서도 선두 타자 민병헌의 중전 안타에 이어 임재철의 1루 번트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김현수의 2루 땅볼성 타구 또한 야수 선택 판정을 받으며 무사 만루가 된 상황. 김동주의 삼진에 이어 최준석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에 있던 민병헌이 홈인, 점수는 2-0이 되었다. 숨죽이던 SK는 3회말 1사 1루서 박재상의 좌중간 1타점 3루타로 1-2로 따라붙었다. 김재현의 1루수 땅볼 때 박재상이 홈에서 횡사, 2사 1루가 된 이후 박재홍이 때려낸 타구는 라인 드라이브 성으로 강하게 좌측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좌익수 김현수의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에 힘입어 이는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박재홍은 아쉬움에 허공을 쳐다보아야 했고 완충 효과가 되어 있는 문학 구장 펜스 덕택에 김현수와 두산 선발 이재우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수비로 팀을 구한 '영웅' 김현수는 곧바로 공격서 맹위를 떨쳤다. 4회초 손시헌과 용덕한, 임재철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서 김현수는 바뀐 투수 엄정욱의 초구 직구(147km)를 제대로 끌어당겨 중월 만루포(시즌 13호, 비거리 125m)로 연결했다. 동점을 막은 뒤 곧 이어진 화끈한 만루포로 쐐기를 박은 김현수의 활약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SK 또한 만만치 않았다. SK는 5회말 선두 타자 박경완이 상대 선발 이재우의 초구 직구(139km) 실투를 제대로 끌어당겼고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좌월 솔로포가 되었다. 박경완 개인에게는 포수 역대 최초 통산 300홈런에 단 한 걸음으로 다가가는 아치였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2-6, 추격의 가시권 3점 차로 다가서는 데는 실패했다. 6회초 1사 후 두산은 민병헌-임재철의 연속타자 중월 솔로포(시즌 23호, 통산 609호)로 8-2, 두 점을 더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7회서도 두산은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미남 투수' 이한진을 상대로 용덕한과 김재호의 1타점이 터져 나온 덕분에 10-2까지 달아났다. 특히 용덕한의 1루 땅볼 타구는 1루수 이재원의 송구 실책에 편승한 득점이었다. 두산은 9회초 1사 2루서도 김재호의 1타점 좌전 안타로 한 점을 더하며 다음 경기를 위한 분위기 쇄신에도 성공했다. SK는 9회말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상대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이재원의 우전 안타, 나주환의 유격수 땅볼성 타구 때 유격수 이대수의 송구가 1루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행운 등으로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더 이상의 만회점을 뽑는데는 실패했다. 두산 선발 이재우는 시간이 갈수록 직구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사사구를 내주지 않는 뛰어난 제구력과 마침맞게 터진 타선 지원에 힘입어 5이닝 5피안타(탈삼진 4개) 2실점으로 시즌 3승(1패)째를 따냈다. 2005시즌 이후 줄곧 계투로만 뛰어왔던 이재우의 선발승은 지난 2004년 9월 1일 잠실 LG전(6⅔이닝 2실점 승) 이후 1754일 만이다. 데뷔 첫 만루포의 기쁨을 누린 김현수는 호수비와 파괴력을 동시에 과시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톱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민병헌은 데뷔 후 처음으로 사흘 동안 2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6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SK 선발 고효준은 폭투 1개와 사사구 3개를 내주는 등 3⅓이닝 4피안타(탈삼진 3개) 4실점으로 시즌 6패(5승)째를 떠안았다. 4회 교체 출장한 베테랑 포수 박경완은 개인 통산 299번째 홈런을 쏘아올리며 대기록에 다가섰으나 팀의 패배로 인해 빛을 잃었다. 한편 오후 2시 경 열렸던 더블헤더 1차전은 8이닝 동안 125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내세운 SK가 두산에 8-3으로 승리했다. 김광현은 이 승리로 시즌 9승(1패)째를 올리며 두산의 '승리 카드' 임태훈과 다승 공동 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