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김호 감독과 결별하는 진짜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9.06.23 08: 35

"성적 부진이 아닌 월권과 에이전트의 문제였다". 대전 시티즌은 지난 2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송규수 사장과 김호 감독의 동반 자진사퇴를 의결, 강행할 방침이다. 대주주인 대전 시측도 23일 김호 감독의 향후 거취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 국내 최초의 시민 구단과 명장의 만남은 파국을 앞두고 있다. 대전이 김호 감독의 퇴진을 추진하는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그러나 대전의 한 관계자는 "성적 부진 때문에 감독을 자른다면 사장까지 같이 물러나겠느냐"고 되물으면서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 운영을 놓고 그동안 송규수 사장과 김호 감독이 마찰이 적지 않았다"며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 감독의 역할은 어디까지? 지난 2007년 7월 대전의 사령탑을 맡은 뒤 기적의 6강 플레이오프 행을 이끈 김호 감독의 역할이 선수단에 머물지 못한 것이 파국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흔한 CEO형 지도자를 김호 감독이 꿈꾼 탓이다. 하지만 국내 구단들이 원하는 감독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전남 드래곤즈에서 비슷한 위치에서 활동한 바 있지만 드문 케이스다. 대전은 김호 감독이 선수들을 이끄는 데 집중해 줄 것을 바랐지만 잦은 월권에 갈등을 빚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인 바우텔과 치치의 영입을 놓고 김호 감독이 구단이 아닌 대전시 측과 직접 접촉한 것이 그간의 갈등을 폭발시켰다. 또한 김호 감독은 자신의 선배를 부단장으로 임명해 달라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혀 송규수 사장과 마찰을 빚었다. 김호 감독은 자신의 행동이 구단을 위하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송규수 사장에게는 월권 그 자체였다. ▲ 에이전트와 감독의 지나친 밀착 김호 감독과 특정 에이전트의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도 구단의 결단이 내려진 중요한 이유였다. 김호 감독의 측근을 자처하던 이 에이전트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놓고 구단과 협상을 벌이면서 김호 감독과 친분을 내세우는 등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호 감독과 구단의 사이가 틀어진 고종수와 김길식 문제에서도 이 에이전트는 한 축이었다. 더군다나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놓고 브라질 에이전트와 메신저로 연락하던 이 에이전트가 '감독이 구단 사장과 사무국장을 갈아치우려 한다'고 말한 것이 브라질 에이전트가 구단에 보낸 메신저 대화 내용을 담은 PDF 파일을 통해 밝혀져 갈등을 증폭시켰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이 에이전트로 결별할 것을 종용하는 구단 측의 요구에 김호 감독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 결국 이 에이전트는 최근 대전의 일본 전지훈련에서 일어난 공금횡령 사건에 관련되면서 구단이 감독과 결별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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