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님'의 의도적인 자존심 긁기가 맞아떨어진 한 판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이 23일 잠실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회 배텨리를 한꺼번에 교체한 것이 적중, 11-8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이날 선발 포수로 허준을 기용, 올 시즌 주전포수로 출발한 강귀태를 벤치에 남겨뒀다. 최근 경기서 허준에게 밀리는 양상으로 강귀태로서는 자존심이 상할만 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경기전 풀이 죽은 강귀태를 보고 "강귀태 화이팅"을 외쳐주며 의도적인 경쟁체제 구축과 함께 기살리기도 곁들였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이날 경기는 3회 투수 전준호와 함께 배터리로 교체 출장한 강귀태의 방망이 폭발과 리드로 6-1의 초반 열세를 딛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강귀태는 1-6으로 뒤진 4회 투런 홈런을 날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데 이어 5회 만루 찬스에서 주자일소 적시 2루타를 터트려 역전을 이끌었다. 홈런 포함 2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김시진 감독은 "최근 몇경기서 강귀태와 허준이 번갈아 출전하며 강귀태가 자존심을 상했을 것이다. 그 쌓인 스트레스를 오늘 다 폭발한 것같다. 두 포수의 경쟁관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날 팀의 11점 중 혼자 5점을 올린 강귀태는 "시즌을 치르다보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어 선발 출장하지 못한 것에 개의치 않는다. 벤치서 타자들을 연구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 4회 홈런는 몸쪽 공을 노린 것이 주효했고 5회 2루타는 감이 좋았던 덕분이다. 포수로서 할 일이 뭔지 잘알기 때문에, 더 많은 게임 나가서 배워서 내것으로 만들겠다. 나도 잘쳤지만 준호형이 잘 막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패장이 된 김재박 LG 감독은 "오늘 경기 초반 점수를 많이 냈는데 지키지 못해 역전패 당했다"며 씁쓸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sun@osen.co.kr 강귀태가 4회 투런 홈런을 치고 백인호 3루 주루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잠실=윤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