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는 현대판 노예?...이상한 이적설
OSEN 기자
발행 2009.06.24 16: 07

"페예노르트 시절 이상의 연봉을 지불한다면 이천수는 원하지 않아도 이적을 받아들여야 한다"(이천수 에이전트). 전남 드래곤즈의 '풍운아' 이천수(28)가 현대판 노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 구단으로 이적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에이전트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원 소속 구단인 페예노르트가 이천수의 해외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이천수는 전남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계약서상의 조건에 따라 이적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페예노르트 측에서는 중동과 독일 쪽으로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천수가 이적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에이전트는 "이천수가 지난 2006년 페예노르트에 이적할 당시 체결했던 계약서에 선수 본인도 예측하지 못했던 '옵션'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옵션은 '이천수가 페예노르트에서 받는 연봉 이상(추정 50만 유로, 약 9억 원)을 지급할 경우 무조건 이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선수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이천수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된다. 프로축구연맹에는 '계약기간 내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으로 이적을 선수가 거부했을 경우 해당 선수를 임의탈퇴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선수의 의사에 상관없이 이적을 성사시킬 수 있다. 러시아로 떠나기 전 성남행 여부로 시끄러웠던 오범석이 비슷한 사례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더 이상한 것은 이천수의 이적에 전남이 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수원에서 임의탈퇴된 이천수를 임대로 영입한 전남은 오는 2010년 1월까지 선수의 보유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천수가 이적한다면 주도권이 전남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남은 이천수의 이적 가능성조차도 하루가 지난 24일에나 파악한 분위기였다. 전남의 관계자는 "이 문제를 오늘 파악했고 관련 조항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천수의 에이전트는 24일 "전남이 지난 1일까지 우선 협상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높은 이적료에 포기했다"며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이천수의 이적 협상은 8월까지 페예노르트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맞는다면 전남 측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볼 수 있어 이천수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 사태에서 현대판 노예로 떠오르고 있는 이천수는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레 이천수는 페예노르트가 추진하고 있는 이적을 받아들일 경우 현재 전남에서 수령하고 있는 2억 5000만 원의 4배가 넘는 돈을 손에 쥔다. 만약 이천수가 이적을 거부한다고 해도 내년부터는 페예노르트와 계약된 연봉을 수령하기에 손해라고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이상한 이적설이 아닐 수 없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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