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최정, 타자 김광현, 1루수 윤길현, 그리고 2루수의 3유간 배치. 김성근 SK 감독이 25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기이한 용병술을 선보였다. 투수 김광현을 타자로 기용하고 내야수 최정을 투수로 내세웠다. 아울러 투수 윤길현을 1루수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기용법을 선보였다. 2루수를 3유간에 배치하는 포메이션도 내놓았다. SK는 3-5로 패색이 짙은 9회초 두 점을 따라붙어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연장전에서 득점에 실패했고 12회말을 맞이했다. 무승부는 패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김성근 감독은 기괴한 기용법을 내놓았다. 특히 12회초 2사후 타석에 김광현을 내세우면서 기이한 기용법이 예고됐다. 지명타자 김재현을 1루수 기용하면서 비롯됐다. 김광현은 프로 데뷔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서 풀카운트 접전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광현은 "무서웠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그리고 12회말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놀랍게도 3루수 최정이었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우완투수 윤길현을 1루수로 기용했다. 쓸 수 있는 투수는 이승호와 윤길현이었다. 그런데 이승호는 전날 연장전에 투입해 연투가 불가능했고 전병두도 선발등판을 위해 미리 인천으로 올려보냈다. 경기후 김성근 감독은 "윤길현이 경기전부터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쓸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정은 고교시절 투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 첫 투수 경험이었다. 최정은 최고 142km짜리 볼을 뿌리며 역투했으나 프로의 벽은 냉엄했다. 첫 타자 안치홍에게 우중간 3루타를 맞았고 이어 볼넷과 도루로 2,3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타자 김형철 타석에서 김성근 감독은 또 다시 이상한 수비 포메이션을 내놓았다. 2루수 윤상균을 유격수와 3루수 사이에 배치한 것이다. 왼쪽 내야 수비라인에 세 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극단적인 형태였다. 좌타자 김형철이 당겨치면 끝내기 안타가 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KIA가 무조건 이기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승부는 끝내기 안타가 아니라 끝내기 패스트볼이 나오면서 싱겁게 끝났다. 일부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KIA 선수들도 황당한 승리인 탓인지 그리 기뻐하지 않았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