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2', 천만관객 힘든 이유 3가지
OSEN 기자
발행 2009.06.26 07: 25

[손남원의 영화산책] 요즘 '트랜스포머2'의 국내 흥행 예상을 놓고 영화계가 시끌벅적하다. 수입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천만 관객을 자신하는 듯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논란을 가열시키는 중이다. 과연 '트랜스포머2'가 외화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넘을 수 있을까. 90%를 넘는 예매율과 개봉 첫 날 스코어만 놓고 본다면 천만명 돌파는 일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트랜스포머2'는 24일 개봉 첫 날 무려 53만 5398명을 동원했다. 국내 720만명 관객 동원으로 역대 외화 흥행 1위에 오른 전작이 개봉 첫날 31만명을 불러모았던 사실과 비교해도 엄청난 돌풍이다. 또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최다관객 기록을 갖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당시 44만명으로 출발, 이번 '트랜스포머2'에 10만명 차로 뒤지면서 역대 개봉 첫날 최고 관객의 영광을 넘겼다. 현재 분위기로는 개봉 첫 주말 스코어도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게 확실하다. 하지만 '트랜스포머2'가 최종적으로 모든 영화인들의 꿈인 천만 관객을 넘기에는 몇 가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CJ엔터가 막강한 배급력을 바탕으로 스크린을 몰아준다고 해도 '트랜스포머2'의 기상천외한 변신 로봇들조차 뛰어넘기 힘든 벽들이다. 첫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쫓고 쫓기며 때려부수고 싸우는 SF 액션 '트랜스포머' 시리즈로서는 중 장년 관객을 모으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천만관객 영화 4편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은 모두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 동원으로 기적을 일궜다. 인구 5천만 대한민국에서 영화 한 편에 천만명 관객이 들려면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 현상처럼 전국민에게 '저 영화는 한 번 봐줘야 된다더라'는 인식이 퍼졌을 때나 꿈의 숫자가 탄생한다. 그런 면에서 '트랜스포머2'는 대상 관객층이 너무 뚜렷하고 선명하다. 초반 흥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도 개봉을 손꼽아 기달리던 1020 세대들이 앞다퉈 몰려든 덕분이다. 둘째는 스토리의 부재다. 전편을 능가하는 CG와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찬 '트랜스포머2'는 결국 킬링타임용이다. 줄기차게 이어지는 사막 전투 장면도 전편의 연속 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신선함이 없다. 출연배우나 감독, 제작규모 등 보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 국내 영화관객들의 특성으로 봤을 때 '트랜스포머2'가 갖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다. 셋째는 '트랜스포머2'를 바라보는 국민 정서가 그다지 곱지않다는 것이다. 주연배우들이 방한 레드카펫 행사 때 지각 소동으로 팬들을 몇 시간씩 빗속에 떨게한 것이나 통역 잘못 등으로 마이클 베이 감독 발언에 왜색이 묻어난 실수들이 안타까웠다. 여기에 '트랜스포머2'가 스크린을 싹쓸이하게 되면서 독점에 대한 반발감도 고조될 전망이다. 당장 입소문에 힘입어 롱런에 들어간 김윤석의 '거북이 달린다'가 스크린 수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7월1일 개봉을 앞둔 이범수 조안의 감동 스포츠 영화 '킹콩을 들다'도 '트랜스포머2'의 교차상영 등 편법 스크린 운영을 걱정하는 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트랜스포머2'가 전편의 흥행 성적에 육박하거나 이를 약간 넘을수는 있겠지만 천만 관객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로 보인다. [OSEN 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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