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한 포인트 밖에 기회가 없으니, 더 힘들어요". 항상 밝게 웃는 그였지만 그 뒷켠에는 고비와 어려움 속에 이어간 선수 생활이 녹아있다. '유대인' 유재웅(30. 두산 베어스)이 다시 잡은 선발 출장의 기회 속에서 책임감을 불태우는 중이다. 지난 2002년 두산에 1차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8년차 외야수 유재웅은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최준석(26)을 대신해 5번 타자로 출장 중이다. 유재웅의 올 시즌 성적은 3할1리 3홈런 8타점(25일 현재). 25일 사직 롯데 전서 그는 김주찬(28)의 중견수 플라이성 타구 때 타구 궤적을 놓치며 안타를 헌납, 1-4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너 외야수에 익숙했던,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그에게 완벽한 중견수 수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유재웅은 한때 타이론 우즈(40. 전 주니치)에 버금 가는 장타력을 보여주던 유망주로 팀 내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2002시즌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1년 반 이상 허송 세월하기도 했다. 상무 제대 후 맞은 2007시즌, 유력한 3번 타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던 그는 개막 직전 시범경기서 8주 간의 치료를 요하는 발목 부상을 입었다. 유재웅의 부상 이후 두산의 좌익수 자리는 지난해 타격왕 김현수(21)에게 돌아갔다. 지난 시즌 104경기에 출장해 2할7푼6리 4홈런 3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전 우익수로 뛰었던 그는 여전히 밝은 모습이다. 그러나 주전들이 잇달아 복귀한 뒤 다시 백업 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유재웅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주전 선수들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결장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백업 선수들은 그런 하소연을 못해요. 자기 몸이 좋은 편이 아닐 때도 '못 나갈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못하잖아요. 컨디션이 올라왔을 때는 이걸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그런 사람들이 백업 선수들입니다". 그의 말처럼 주전 야수들은 1~2번째 타석에서 공격이 무위에 그쳐도 다음 기회에 만회할 여지가 남아 있다. 그에 반해 백업 선수들은 단 한 번의 기회서 실수를 저지른 뒤 이를 확실히 씻어내지 못하면 결국 팀에서 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유재웅은 지난 시즌 대타 성적 4할5푼8리(24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엄청난 실적을 거뒀다. 올 시즌에도 그의 대타 성적은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탁월하다. 그러나 안타 성공률 30%만 넘어도 호평을 받는 야구계서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라면 대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너무나 어려운 법이다. "대타나 대수비, 대주자 등 포지션에 관계없이 벤치 멤버들은 항상 준비를 해 놓아야 합니다. 주전 선수에 비해 실수를 범했을 때 만회할 기회가 적은 만큼 집중력도 더욱 발휘하게 마련입니다. 팬들께서 주전 야수들의 3할 타율 만이 아닌 백업 선수들의 3할 타율에도 엄청난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해요". 때마침 외국인 좌완 후안 세데뇨(26)가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Hi, Playboy"라며 유재웅에게 장난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호탕하게 웃어 보인 유재웅은 "참 웃기는 녀석이라니까"라며 배트를 쥔 손에 힘을 가한 채 훈련에 나섰다. 주전 선수 9명 중 6명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거나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에 필요한 존재는 주전 못지 않은 '슈퍼 서브'다. 우여곡절 속에도 프로 8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유재웅이 선두 수성 위기를 맞은 두산에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