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의 실패 거울삼은 장원삼의 '설욕전'
OSEN 기자
발행 2009.06.26 07: 59

[OSEN=잠실, 박종규 객원기자] 동료의 실패를 거울삼아 거둔 승리, 그것은 설욕전의 의미도 있었다. 장원삼(26, 히어로즈)이 LG 타선을 잠재우며 팀의 4위 고지를 굳건히 했다. 지난 25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등판한 장원삼은 6⅓이닝 5안타 무실점으로 쾌투, 2-1 승리를 이끌며 시즌 4승째를 따냈다. 이날 장원삼의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전날(24일)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한 팀 동료 이현승으로부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이현승은 시즌 10승째를 따낼 것이 유력해 보였다. 상대 선발이 부진을 거듭하던 릭 바우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현승은 1군 복귀전에 나선 박병호에게 연타석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를 얻어맞았고, 바우어가 6이닝 1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쳐 예상을 뒤엎었다. 주위에서 10승 달성을 기정사실화 하는 바람에 이현승 자신도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말았다. 그것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올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에 3개의 홈런을 얻어맞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현승의 실패는 헛되지 않았다. 다음날 경기에 나선 동갑내기 장원삼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까닭이다. 정민태 코치는 이현승이 왜 LG 타선에 당했는지 알려주었다. 바깥쪽 체인지업이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도 주지시켰다. 장원삼은 경기 후 “어제 경기에서 (이)현승이의 실투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제구력에 신경을 썼다” 고 말했다. “유난히 바깥쪽 공이 잘 들어가더라” 고 덧붙이기도 했다. 장원삼은 박병호와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이현승의 복수를 대신하기도 했다. 박병호를 세 번 상대해서 2루수 뜬공-3루수 땅볼-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전날의 활약을 무색하게 한 것. 이에 대해 장원삼은 “가장 어려운 타자는 박병호였다. 어제 활약 때문에 신경을 썼다” 고 밝혔다. 전성기 때보다 구속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장원삼은 “아직 구속이 안 올라왔지만, 볼 끝이 좋아졌다. 그것이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라고 대답했다. 이날 경기의 승리 요인이 선두타자와 승부에서 우위를 점한 것에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원삼은 “선두타자를 처리하면 30%는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집중한다” 고 말했다. 장원삼과 이현승. 두 투수는 26살 동갑내기인 데다 좌완투수라는 점도 닮았다. 지난 2006년에 함께 프로에 뛰어든 뒤, 지난해까지는 장원삼이 앞서갔지만, 올해만큼은 이현승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경쟁하기 보다는 도와주는 것이 팀을 위한 길이기에 이러한 ‘설욕전’ 은 서로에게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장원삼-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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