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시선 갖게 한 '6·25 SK-KIA전 12회말'
OSEN 기자
발행 2009.06.26 09: 02

"보기 힘든 장면이 쏟아져 팬들은 즐거웠다". "그 게 무슨 프로 경기냐". "어이없는 룰을 풍자한 장면이었다". '6·25 전쟁' 이 터졌던 날인 25일 광주구장에서 펼쳐진 SK-KIA전의 12회말이 상반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SK는 이날 5-5로 팽팽하게 맞선 12회말 수비에서 패스트볼로 결승점을 내주며 KIA에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SK가 패하는 과정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기에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12회 마지막 공격. 김성근 SK 감독은 2사 후 투수 김광현을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서게 했다. 김광현은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돌아섰다. 12회 마지막 수비. 김 감독은 붙박이 3루수로 활약해 온 최정을 마운드에 올렸고 불펜 투수 윤길현을 1루수로 내세웠다. KIA는 선두타자 안치홍이 3루타를 치고 나간 뒤 볼카운트 2-1에서 대타로 나선 이성우가 볼넷에 이은 도루로 무사 2, 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자 김형철 타석에서 김 감독은 2루수 윤상균을 유격수와 3루수 사이에 배치, 왼쪽 내야에 벽을 쌓는 수비 포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결국 경기는 최정이 던진 공을 포수 정상호가 놓치며 다소 맥풀리게 막을 내렸다. ▲"정말 재미있는 경기였다" 일단 현지에 있던 팬들은 즐거운 분위기였다. 예상치 못한 '타자 김광현'의 등장에 KIA팬들조차 "김광현"을 외치며 휴대폰으로 이 진기한 장면을 담으려 애썼다. 김광현이 150km가 넘는 공을 뿌려대는 곽정철을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파울타구를 쳐내고 풀카운트까지 끌고가자 환호성까지 나왔다. 김광현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정이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에도 흥미로운 반응이었다. 야구팬들은 최정이 고교시절에도 투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TV 화면에 146km까지 나온 구속을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3루타를 맞은 데 대해서도 전문투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질책성 발언은 거의 없다. 이외에도 윤길현이 1루수로 어색하게 서 있는 모습이나 갑자기 3명의 내야수가 유격수와 3루수 사이에 늘어서는 장면도 신기했다는 반응이다. 이날 경기를 TV로 본 한 야구팬은 "이런 용병술도 있었나. 이색적이었다"며 "승패를 떠나 보기 힘든 뜻밖의 장면을 많이 봤다. 재미있었다"고 즐겁게 평했다. ▲"이 무슨 프로답지 못한 촌극인가" 또 다른 관점은 SK가 끝까지 프로답게 경기에 임했어야 한다는 비난이다. SK는 이날 5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전날 연장전을 치르며 8명의 투수를 투입했던 SK였던 만큼 내보낼 여유 투수가 별로 없었다. 전날 3이닝을 던진 이승호는 연투가 힘들었고 윤길현은 이날 불펜 피칭 때 어깨가 뭉쳤다고 미리 알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일부 야구팬들은 "전문투수가 아닌 최정을 마운드에 올리고 윤길현을 1루로 내세운 것 자체가 관중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웃었다. 프로라면 당연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팬들은 "어쩔 수 없는 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을 보류하기도 했고 '이겼으면 된 것 아닌가. 만약 그러고도 비겼다면 그 땐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맞나'라며 비난을 자중하자는 부탁글도 보였다. ▲"일종의 풍자극이었다" 마지막은 김성근 감독의 의미심장한 '일종의 풍자극'이라는 관점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한국야구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뿜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전에 이어 또 한 번 행동으로 '항의표시'를 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당시 김 감독은 3회 나온 오심에 대한 불만을 '빈 감독의자'로 내보였다. 결국 이번에는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무승부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규정에 대해 "이렇게 이용할 수 있으니 내년에는 바꾸자"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야구팬들은 잘못된 규정의 헛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12회초 총력을 기울였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결국 더 이상 이길 기회는 사라졌다. 12회말을 총력으로 막아봐야 무승부다. 그런데 무승부는 사실상 패배다. 다음날 쉬는 것도 아닌데 굳이 좋은 투수들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결국 이왕 이길 가능성이 없는 만큼 오래 경기장에 앉아 있었던 KIA팬들이 보는 앞에서, 더구나 상대는 제자인 조범현 KIA 감독이니까 그럴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풍자극'이라는 관점을 보이고 있는 야구팬들은 총평이다. 결국 정확한 의도는 김성근 감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letmeout@osen.co.kr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의 경기가 지난 25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벌어졌다. 12회초에 SK 투수 김광현이 대타로 나왔고 12회말 SK 타자 최정이 투수로, 투수 윤길현이 1루수를 보고 있다. 경기는 끝내기 패스트볼로 KIA가 6-5로 승리했다./광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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