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항상 9회라는 생각으로 던져요”. 히어로즈의 ‘불펜 에이스’ 로 떠오른 이보근(23)이 팀의 1점차 승리를 아슬아슬하게 지켜냈다. 지난 25일 잠실 LG전에서 2-0으로 앞선 7회말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이보근은 2⅔이닝 1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승부에서 김시진 감독의 선택은 이보근이었다. 단 2점의 리드를 안고 6⅓이닝 5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장원삼의 뒤를 맡긴 것이다. 7회 1사 1루 상황을 간단하게 마무리한 이보근은 8회말 정성훈-페타지니-안치용으로 이어지는 LG의 클린업 트리오마저 잠재웠다. 특히 올시즌 4번의 맞대결에서 2홈런을 내줬던 페타지니와 승부에 신경을 썼다. 경기 후 이보근은 “페타지니와 승부는 당연히 기억나죠. 초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로 잡고, 2구와 3구를 더 바깥쪽에 볼로 유인한 뒤, 4구째 몸쪽 체인지업으로 던졌어요. 배트 끝에 맞아서 뜬공으로 잡혔네요” 라고 회상했다. 얄밉게도 위기는 9회말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경수와 김태군을 잘 막아냈으나 권용관에게 볼넷을 내준 것. 이보근은 “권용관 선배에게 내준 볼넷은 일부러 내준 게 아니었어요. 제구가 안 되더라고요” 라고 설명했다. 2사 1,2루의 위기에서 손인호를 상대한 이보근.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바깥쪽으로 던진 빠른 공이 통타 당했다. 좌중간에 떨어지는 타구, 스타트가 빨랐던 2루 주자는 일찌감치 홈을 밟았다. 그런데 1루 주자 권용관이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었다. 천만 다행으로 좌익수 클락-유격수 강정호-포수 허준으로 이어진 히어로즈의 중계플레이가 완벽했다. 결국 권용관은 태그를 피하다가 3피트 라인을 벗어나 아웃 당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다. 동점 주자까지 내보낸 상태에서 2루타를 맞았는데, 그 동점 주자가 무모한 주루플레이로 아웃되며 경기가 끝나버린 것이다. 백업플레이를 위해 홈플레이트 뒤쪽으로 뛰어갔던 이보근에게는 지옥 문턱까지 밟은 상황이 었다.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히어로즈 더그아웃에는 상기된 표정의 이보근이 있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평소의 여유 넘치는 미소와는 전혀 달랐다. 연신 헛웃음을 짓는 얼굴에는 위기일발의 순간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보근이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은 “제가 복을 타고났나 봐요” 였다. 타선의 도움을 받아 구원승으로만 6승을 올렸던 그는 이날 수비의 도움으로 불상사를 면했다. 최근 등판한 경기 중에 가장 떨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늘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많이 떨리지는 않아요. 그저 점수를 안 내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죠. 항상 9회라는 생각으로 던져요” 라고 대답했다. “요즘 LG 타자들이 워낙 잘 치기 때문에 한 타자 한 타자 긴장하면서 상대했어요” 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무리 신철인으로 교체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보근은 “감독님이 제 기를 살려주느라고 그러신 것 같아요” 라며 웃었다. 뒤이어 “어제(24일) 페타지니 타구에 맞은 발이 이제야 아프네요” 라는 말과 함께 이보근은 뒤뚱거리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앞으로도 숱한 위기의 순간들을 맞이할 이보근. 그에게 있어 이날의 기억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심장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히어로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