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항상 10-0으로 이기길 바라죠” LG 트윈스의 ‘필승 계투조’를 이끌고 있는 정찬헌(19)의 소원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기거나 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등판할 수밖에 없다. 26일 현재 8개 구단 투수들 중 최다 출장 부문은 정찬헌, 오상민, 류택현(이상 LG), 마정길(한화)이 39경기로 공동 1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정찬헌은 51⅔이닝을 소화해 다른 세 선수들을 압도한다. ‘진정한 마당쇠’ 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정찬헌은 올시즌 1군에 꾸준히 머물면서 중간 계투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롱 릴리프 역할을 수행하고,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서는 어김없이 등판한다. 그렇게 고무팔을 자랑하던 정찬헌에게도 휴식은 필요했다. 지난 7일 목동 히어로즈전 등판 이후 열흘 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은 채 지난 16일 까지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했다. 정찬헌은 당시의 몸 상태에 대해 “부상당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어깨 근육이 뭉쳐서 그랬던 거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17일 대전 한화전부터 정찬헌의 투구는 재개됐다. 이후 팀의 7경기 중 6경기에 등판했다. 심지어는 21일 더블헤더 두 경기에 모두 등판하기까지 했다. 매일 출석체크를 하듯 전광판 한 구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4위 싸움이 계속될수록 LG는 정찬헌을 필요로 했다.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찬헌은 “다들 힘드니까 제가 해야죠. 어느 팀이나 그런 선수는 있잖아요” 라고 답했다. 그래도 힘들면 내색을 해보라는 말에 “불펜에 젊은 선수들이 없잖아요. 류택현 선배님이 계속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범준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최)동환이가 있네요” 라며 손사래를 친다. 주로 언제 등판하는지에 대해 “코치님께서 ‘오늘 안 나간다’ 고 하시기 전에는 항상 불펜에서 대기해요. 거의 매 경기 나간다고 봐야죠” 라고 말한 정찬헌은 “큰 점수차 때는 안 나가요. 그래서 10-0으로 이기길 바라고 있어요” 라며 미소를 지었다. ‘노예’ 라는 별명을 붙여도 되겠다는 농담을 던지니 정찬헌은 “아직 잘하지도 않는데 별명이라니요. 부끄럽죠” 라며 겸손해하기도 했다. 그래서 좋은 의미의 별명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렇게 계속되는 등판에 정찬헌은 “아직 아픈 데는 없어요” 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어쩌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고무팔인지도 모르겠다. 지치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의미에서 ‘에너자이저’ 라는 별명을 지어주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