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미안했던지 차에 오르는 순간 문자로 '미안하다'라고 하더라구요".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도 오랜만의 선발 등판서 고배를 마셨던 사이드암 김성배(28. 두산 베어스)가 밝은 웃음을 보였다. 김성배는 지난 25일 부산 사직 구장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4⅓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2자책)을 기록한 채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그러나 결승점 직전 유격수 손시헌(29)의 실책이 빌미가 되었던 동시에 5회 바통을 넘긴 김상현(29)의 폭투와 보크로 실점이 늘어난 것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26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김성배는 환하게 웃으며 "편하게 던지고자 했다. 결과에 불만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 또한 김성배의 투구에 대해 "잘 던졌다. 그 정도 제구나 구위면 다음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시켜도 좋을 정도"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특히 실책을 저지른 손시헌이나 김상현은 모두 김성배와 절친한 사이다. 같은 99학번 동기생들인 이들의 인연은 각각 중견수 이종욱(29)과 등번호라는 연결 고리 덕분에 더욱 돈독해졌다. 손시헌은 지난 2006년 병역 문제로 인해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바람에 김성배에게 "이종욱의 팀 적응을 도와달라"라고 부탁한 바 있다. 김성배는 전지훈련서부터 '방출 선수' 이종욱과 붙어 다니며 그의 팀 적응을 도왔고 그 결과 이종욱은 두산과 대표팀 센터 라인의 중심 선수로까지 성장했다. 또한 김상현은 김성배의 예전 등번호 26번을 달고 있다. 김성배가 상무에 입대하기 전 26번을 달라고 부탁했던 김상현은 이후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될 투수로 자리매김했고 김성배 또한 친구의 맹활약에 19번으로 번호를 옮겨 달았다. '친구들이 많이 미안해 했겠다'라고 이야기하자 김성배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많이 미안했는지 곧바로 미안하다고 말은 걸지 못하고 이동을 위해 차에 타는 순간 '미안해'라는 문자가 왔다. 뭐, 괜찮다. 다음에 무언가로 내게 큰 도움을 주지 않겠는가".(웃음)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묻자 김성배는 "어떤 보직에 나서던지 내 몫을 확실히 해내겠다. 2군서부터 '다시 1군에 오르면 절대 2군으로 떨어지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던 것을 꼭 지키겠다"라며 올 시즌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