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 계투진은 강합니다. 그만큼 저도 제 몫을 다해야죠".
지난해 8월 17일 춘천 의암구장서 벌어진 퓨쳐스 올스타전. 2-12로 크게 뒤진 상황서 6회 마운드에 오른 한 상무 투수는 2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로 1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웬만한 야구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외면했던 퓨쳐스 올스타전이었으나 그에게는 열심히 던져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 다음날이 신인 2차 지명이었기 때문. 2이닝 무실점투에도 불구,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지명'이라는 슬픈 소식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1군 마운드에, 그것도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한 투수가 되었다. 주인공은 바로 신고 선수 출신 우완 이우선(26).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던 그는 '신고 선수' 딱지를 떼고 당당히 1군 전력으로 우뚝 섰다. 3번의 선발 등판을 경험한 이우선의 올 시즌 성적은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3.00(27일 현재). 5이닝을 넘기지 못해 매번 아쉬움을 남겼으나 투구 내용 면에서 가능성을 비췄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우선은 지난 26일 잠실 구장서 불펜 피칭에 힘썼다. 피칭을 마치고 만난 이우선은 굵은 땀방울을 연신 흘리면서도 1군에 있다는 자체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그는 '선발' 보직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소 5이닝을 막아야 하는 데 계속 그 기준치에 모자라서 아쉽습니다. 제가 등판한 경기가 모두 박빙으로 흘러가서 좀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언제나 기준치에 모자라니까요".
안산공고-성균관대를 거치며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이우선은 상무 제대 후에도 드래프트서 외면 당하는 비운을 맛보았다. 다행히 삼성에 신고 선수로 입단해 기회를 얻었고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와중서도 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더욱 힘을 쏟았다.
"신고 선수 신분이었기 때문에 전지훈련에 참가한다는 자체는 꿈도 꿀 수 없었어요. 계속 잔류군에서 훈련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벅찬 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러닝 훈련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쓰면서 점차 체력을 키우고 있어요".
체력이 신예 투수에게 끼치는 영향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체력이 약하면 저절로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에 결국 고전하게 마련. 이우선 또한 한여름에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서 불안한 투구 밸런스를 자신의 보완점으로 꼽았다.
"경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기회를 계속 이어가려면 결국에는 제가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하는 데 계속 이 모습이 이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체력을 키우며 투구 밸런스를 제대로 잡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불만스럽지만 계속 밥도 많이 먹으면서 몸을 탄탄하게 만드려고 노력 중입니다".(웃음)
삼성은 '지키는 야구'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팀이다. 최근 난조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권혁(26)-정현욱(31)-오승환(27) 등이 지키는 삼성의 경기 후반은 쉽게 뒤집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많은 분들이 꼽았듯이 우리 팀은 계투진이 최대 강점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저도 바통을 넘기기 전까지 확실한 호투로 경기를 이끌고자 합니다. 동점이나 1점 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도 좋은 선배들이 뒤에 버티고 계시니 저도 최대한 팀의 리드를 이끈 채 바통을 넘기고 싶습니다".
뒤늦게 프로 무대를 밟은 만큼 이우선의 눈빛에는 1군 무대서 오랫동안 롱런하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져왔다. 삼성 마운드의 새로운 무기로 발전 중인 이우선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이는 투수가 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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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