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러브' 버라이어티…어디까지 진짜?
OSEN 기자
발행 2009.06.27 14: 22

러브 버라이어티가 '진짜 사랑'을 갈구하며 진화하고 있다. 방송에 등장하는 '사랑 놀음'이 갈수록 '리얼' 경쟁을 펼치며 그 진정성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즘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위험하리만큼 리얼한 실제 커플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실제 커플인 가수 김용준과 탤런트 황정음의 소소한 일상 속 사랑 싸움 등을 다루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양가 상견례까지 진행, 마치 이들의 결혼 과정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당초 가상 부부라는 콘셉트에서 스타들의 달콤한 신혼, 혹은 동거의 환상을 보여준 '우리 결혼했어요'는 앤디의 가상 아내였던 솔비가 실제로 앤디를 향한 마음에 펑펑 우는 등 보는 내내 시청자들과 '진짜일까 아닐까'란 게임을 펼치면서 시선을 끌었다. 그러다가 매너리즘에 빠지자 이런 '실제 커플' 카드를 끌어들였다. 그러다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결국 실제 커플이 탄생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가수 전진-탤런트 이시영 커플이 공식 연인임을 선언하면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이들의 실제 데이트 공간이었음이 드러나자 가상-실제를 뛰어넘는 이 프로그램 콘셉트의 힘이 증명된 것이다. 또 다른 러브버라이어티 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에서도 실제 커플이 탄생했다. MC 노홍철-멤버 장윤정이 교제를 시작한 것. 하지만 쏟아지는 축복 속 커플 탄생에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을 통해 장윤정과 맞선을 봤던 남성이 착잡한 심경을 담은 글을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리면서 화제를 일으켰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 남성과 오해가 풀렸지만 "만약 두분(노홍철-장윤정) 사이가 연인사이인지, 적어도 발전해나가는 관계였다면 출연을 고사했을 것이다. 대중 앞에서 웃긴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힘든 심경을 표현한 남성의 글은 러브 버라이어티가 보다 신중함을 요함을 보여준다. 이렇듯 사랑까지도 '리얼'을 보여주며 그에 따른 위험성도 감수해야 하는 버라이어티가 앞으로 어디까지 진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확실히 리얼 버라이어티는 '진정성'을 향해 진화해왔다. KBS 2TV '장미의 전쟁', MBC '천생연분', SBS '연애편지' 등 커플 짝짓기 예능프로그램들은 인기를 끌며 출연자들의 실제 마음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방송 밖에서 실제로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상대 이성에게 관심을 표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방송이란 개념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수 채연은 "사랑을 하고 고백받는 프로그램을 하면, 솔직히 말해 방송할 때 사심이 들어간다. 집에 가면서 아쉬워 하지만 그건 그걸로 끝이다"며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전화번호도 따고 싶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회식도 하고 싶기도 한데, 전혀 그럴 여건이 안된다. 카메라 꺼지면 그냥 다 집에 가버린다"고 버라이어티 뒤의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던 가수 서인영 역시 가상 남편으로 등장했던 크라운제이와 사귄다고 가정했을 때 몇 %까지 진행된 것같냐는 질문에 "90~100% 마음으로만 진행됐다"며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은 방송에서 그게 다였다. 한 번은 크라운제이에게 '이렇게 방송 힘을 빌려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송-실제의 경계에서 출연자들의 사심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러브 버라이어티. 방송의 진짜 사랑에 대한 열망은 다양한 포맷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파일럿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방송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것에서 발전돼 지난 해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패밀리 살아봅시다'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현실적 사랑'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을 관건으로 가수 박현빈, 탤런트 이영은 등 남녀 스타들이 각자 사위, 며느리 역할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해 방송된 SBS 파일럿프로그램 '후'에서는 말그대로 진짜 사랑이 등장했다. 개그맨 김영철이 탤런트 강정화에게 방송을 빌어 공개 사랑 고백을 했다. 솔직한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는 보는 이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사랑을 파는 예능 프로그램이 '진짜'에 구속돼 자극적으로 변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골드미스가 간다'처럼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예능 속으로 들어온 사랑, 남의 연애와 출연자들의 사적인 감정을 훔쳐보는 버라이어티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ny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