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쳤다'라는 표현이 알맞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5회서만 대거 7득점을 퍼붓는 화력을 과시하며 두산 베어스 전 5연패 사슬을 끊었다.
삼성은 27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두산 전서 4-4로 맞선 5회서만 양준혁의 결승 적시타 포함 7안타 2사사구로 7점을 뽑아내며 12-7로 승리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지난 5월 17일 잠실 경기부터 이어진 두산 전 5연패를 마감하며 시즌 전적 33승 39패(27일 현재)를 기록했다. 반면 선두(40승 2무 27패, 승률 5할8푼) 두산은 2위(42승 5무 26패, 승률 5할7푼5리) SK에 5리 차로 쫓겼다.
1회초 삼성은 상대 선발 김명제의 제구 난조를 틈타 확실하게 점수를 뽑아냈다. 선두 타자 신명철의 볼넷과 최형우의 몸에 맞는 볼로 단숨에 무사 1,2루를 만든 삼성은 강봉규의 번트 마저 김명제의 빗나간 송구로 인해 진루타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무사 만루.
김명제는 4번 타자 양준혁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으나 그 사이 신명철이 홈을 밟으며 1-0, 삼성이 손쉽게 선제점을 뽑아냈다. 박석민의 몸에 맞는 볼로 찬스를 그대로 이어간 삼성은 전날 포수 견제구에 머리를 강타당하며 팬들을 아찔하게 했던 이영욱의 방망이에 열광했다.
이영욱은 볼카운트 0-2서 김명제의 높은 직구(139km)를 그대로 당겼고 이는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호쾌한 스리런(시즌 2호, 비거리 125m)이 되었다. 4-0으로 삼성이 확실하게 경기를 장악하는 순간이었다.
일찌감치 터진 선제점 때문인지 삼성 선발 윤성환 또한 1회부터 안정된 피칭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3회 1사 후 용덕한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할 때까지 단 하나의 사사구 없이 부담 없는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오재원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맞은 윤성환. 그러나 이번에는 허를 찌르는 2루 견제를 통해 용덕한의 협살을 이끌어내며 스스로 3회 째를 마무리했다.
4회말 1사 후 두산은 민병헌의 중전 안타와 김현수의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2사 1,2루를 만든 뒤 손시헌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초구 볼을 골라낸 뒤 윤성환의 2구 째 가운데로 역회전되던 공을 그대로 받아쳤다.
이는 외야 좌중간을 가른 뒤 중견수 허승민의 글러브 마저 외면하며 펜스까지 굴러간 3루타가 되었다. 3-4로 두산이 턱 밑까지 추격하는 결정타가 되었다. 후속 타자 용덕한까지 교과서적인 밀어치기로 우전 안타를 작렬, 경기는 한 순간에 4-4 동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삼성이 재차 리드를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산은 선발 김명제를 내리고 좌완 후안 세데뇨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그는 최형우-강봉규에게 연속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양준혁을 막기 위해 지체 없이 좌완 금민철이 타석에 들어섰으나 결국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되었다.
삼성 타선의 공격 줄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후속 타자 박석민은 금민철의 2구 째를 그대로 당겼고 이는 좌측 관중석 중간에 떨어지는 3점 홈런이 되었다. 8-4가 된 상황서 이영욱마저 발로 만든 좌중간 2루타로 무사 2루를 만들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손주인의 좌전 안타, 현재윤의 몸에 맞은 볼 등으로 삼성이 또다시 1사 만루를 만든 상황. 신명철이 또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나가며 점수는 어느덧 9-4가 되었다. 최형우까지 1루수 오재원 옆을 가르는 2타점 우전 안타를 보태며 삼성은 11득점 째를 뽑아냈다. 강봉규의 병살타가 나올 때까지 삼성은 두산의 얇디 얇은 좌완 계투진을 확실하게 탈곡했다. 8회서는 손주인의 3루 땅볼이 실책으로 득점타가 되는 행운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8회말 이대수의 좌전 안타, 민병헌-임재철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든 뒤 김현수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6-12 추격점을 뽑았다. 그러나 유재웅의 3루수 앞 병살타, 최주환의 우익수 플라이가 이어지며 실날 같던 희망의 줄 또한 끊어졌다. 9회말 2사 후 이대수의 1타점 중전 안타가 나왔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4회 집중타를 맞기는 했으나 탈삼진 10개(본인 최다)를 뽑아내며 7이닝 5피안타(사사구 2개) 4실점으로 시즌 5승(3패)째를 거뒀다. 전날(26일) '자다가 봉창 두드려 맞은 듯' 포수 견제구에 머리를 맞으며 팬들의 걱정을 자아냈던 삼성 유망주 이영욱은 이날 스리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반면 두산의 외국인 좌완 세데뇨는 5회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2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2패(1승)째를 떠안았다. 두산의 새 안방마님으로 활약 중인 용덕한은 4회 동점타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으나 투수진의 난조로 팀이 패하는 바람에 '연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farinelli@osen.co.kr
잠실=윤민호 기자ym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