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왼손 투수들의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일어난 결과였기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두산 베어스가 1군 전력의 좌완 2인방 후안 세데뇨(26), 금민철(23)의 붕괴로 인해 대패를 맛보았다. 두산은 27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결서 5회서만 대거 7실점하는 무기력함을 비추며 7-12로 패했다. 4-4로 맞서며 역전의 꿈을 키워가던 순간 맞은 추가 대량 실점의 처음과 끝이 모두 좌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욱 아쉬웠다. 5회 마운드에 오른 세데뇨는 최형우(26)-강봉규(32)에게 연속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이전 경기처럼 볼넷을 남발하지는 않았으나 투구 밸런스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만큼 제 구위를 선보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안타를 맞은 것이 오히려 다행일 정도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금민철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기 때문. 올 시즌 초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는 투구로 인해 제구 난조 현상을 비췄던 금민철은 또다시 이 모습을 보여주며 세데뇨가 남긴 선행 주자까지 들여보낸 동시에 1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7실점의 현장에 있었다. 이날 금민철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불혹의 나이에도 대단한 선구안과 집중력을 발휘 중인 양준혁(40)을 막기 위해서였다. 4회초 두산은 선발 김명제(22)를 대신해 세데뇨와 우완 김상현(29)을 미리 대기 시켜 놓은 상황. 따라서 금민철이 양준혁을 잘 막았더라면 바통은 '승리 계투'로 보직을 바꾼 김상현에게 넘어가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금민철은 초구부터 고개가 돌아가는 모습으로 볼을 내준 뒤 결국 양준혁에게 1타점 결승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유망주에 대한 오기가 대단한 김경문 감독은 금민철을 그대로 박석민(24)의 타석에도 출격시켰고 결국 좌월 쐐기 스리런으로 이어지며 경기가 넘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이후 금민철은 '벌투'의 의미로 3실점을 더하며 강봉규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할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5회를 마쳤다. 다시 한 번 강조하다시피 두산의 5회 7실점은 현재 1군 전력 중 유이한 왼손 투수들이 내준 것이다. 2군까지 합쳐 두산의 왼손 투수는 총 5명. 그 중 진야곱(20)은 허리 부상으로 인해 최근에서야 겨우 운동을 재개한 상태다. 2군서 선발로 나서고 있는 신인 유희관(23)과 5년 차 원용묵(23)은 모두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이지만 1군 전력으로 믿고 맡기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제구력과 수싸움 능력이 좋은 유희관은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대에 그쳐 아쉬움을 사고 있고 볼끝이 묵직한 원용묵은 투구 밸런스를 잡는 데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두산은 지난 5월 LG서 방출된 좌완 김재현(30)에게 테스트 기회를 주기도 했으나 130km대 직구로 구위가 아쉽다는 평가 속에 다시 돌려보낸 바 있다. 단 1장이 남은 외국인 선수 카드로 수혈 하는 방법도 있으나 미국 야구 시장 또한 좌완 품귀 현상으로 고역을 치르고 있는 동시에 국내 타자들의 컨택 능력 또한 10여 년간 대단한 발전이 있었기에 성공할 만한 카드를 확실히 뽑아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11시즌 동안 베어스의 대표 왼손으로 활약했던 이혜천(30. 야쿠르트)의 이적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두산. 두산에 27일 경기는 봉중근(29. LG), 류현진(22. 한화), 김광현(21. SK) 등 수준급 왼손 투수를 구비한 팀이 더욱 부러웠던 날이었다. farinelli@osen.co.kr 금민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