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당당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성남 일화의 신태용(39) 감독이 지난 27일 성남종합운동장서 열린 2009 K리그 13라운드 광주 상무와 경기를 앞두고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전락한 이천수(28, 전남 드래곤즈)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천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무적 선수로 전락할 뻔했으나 전남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극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보답이라도 하듯 4골 1도움(5경기)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돈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도의를 저버린 채 일방통행만 고수한 이천수는 에이전트와 원 소속팀인 페예노르트의 모종의 거래 속에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하기로 했다. 성남의 '원클럽맨'으로 99골(401경기, 13시즌)을 폭발시켰고 2002년과 2003년 울산 현대 소속이던 이천수와 필드 위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던 신 감독은 "이천수가 필드 안에서 보여준 깡을 후배들에게 배우라고 말해오곤 했다. 최근 활약이라면 이천수는 대표팀 승선도 가능했을 것이다"며 이천수의 실력만큼은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이천수 영입에 나섰던 박항서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질까봐 걱정이다. 어느 감독이든 시즌을 앞두고 1년 계획을 미리 세운다. 그러나 이천수는 지금 이렇게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며 박항서 감독에게 측은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신 감독은 "때로는 당당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선수가 되기 어렵다"며 이천수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parkrin@osen.co.kr 신태용 감독이 전남과 올 시즌 첫 대결에 앞서 박항서 감독에게 인사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