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박경완의 에이스론'에 한층 성숙
OSEN 기자
발행 2009.06.28 07: 55

"무조건 이겨야죠".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21)이 최근 들어 자주 되뇌이는 말이다. 이는 포수 박경완(37)으로부터 '에이스론'을 들은 후 입버릇처럼 돼버린 것이다. 김광현은 지난 27일 문학 LG전에서 시즌 10승을 거뒀다. 8⅔이닝 7피안타 3볼넷 9탈삼진 1실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실점, 아쉽게 완봉승을 놓친 김광현은 경기 후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경기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들춰내던 김광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 많이 이기는 것"이라고 어엿하게 대답했다. 조금 막연하다 싶었지만 다음 말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달 초 박경완은 김광현을 조용히 불러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니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해도 팀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너는 이 팀의 에이스이기 때문에 니가 나가는 경기가 10번이라고 할 때 팀이 8~9번은 이겨야 한다. 니가 무너지면 팀도 무너진다." 이에 김광현은 "경완 선배의 말이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다"며 "전에는 나 스스로를 위해 뛰었던 경기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팀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전환점이 된 말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되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김광현은 지난 16일 목동 히어로즈전을 예로 들었다. 이날 김광현은 팀이 3-6으로 패함에 따라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다. 시즌 9연승이 멈춘 것은 물론 작년부터 이어진 13연승도 마감했다. 김광현은 1회 3실점했다. 하지만 이후 실점하지 않은 채 7이닝을 소화했다. 김광현은 "1회 3실점한 후 경완선배의 생각이 났다. 이후에는 어떻게든 팀을 이기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이후에는 안타 2개만 맞으며 막아냈다. 그런 것을 두고 하신 말씀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는 김광현의 호투 속에 3-2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8회 이승호가 난조에 빠지며 3실점해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박경완의 에이스론은 결국 '에이스'라는 것은 팀 승리를 위해 고민하고 존재하는 투수다. 개인의 승리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진정한 에이스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동안 한국야구를 짊어져야 하고 거둔 승수보다는 거둬야 할 승수가 더 많이 남은 김광현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말이었다.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경기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김광현은 또 한 번 진화한 셈이다. 김광현은 자신의 2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인 시즌 10승에도 담담했다. 작년 차지한 다승과 탈삼진(92개)에서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에도 오히려 "다행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올 시즌 시작 때만 해도 10승은 못할 줄 알았다"고 말해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부진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수 정상호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사실 그것도 내게는 오늘 결과가 중요했던 이유였다"며 "경완 선배가 없어서 못던졌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 그동안 경완 선배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광현은 꿈도 꿀 수 없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입술을 꽉 깨물기도 했다. 한편 이날 SK 홍보팀은 선수단의 주장이 박경완에서 김재현으로 교체됐다고 알려왔다. 박경완은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주루플레이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다음날 곧바로 수술, 사실상 올 시즌 복귀가 힘들어졌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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