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 10승 한 번 못해 본 투수의 '담담한' 10승
OSEN 기자
발행 2009.06.29 07: 46

"솔직히 큰 감회는 없다.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프로데뷔 처음으로 두자리수 승수를 달성한 SK 우완 투수 송은범(25)이었지만 표정은 전혀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진지하고 담담했다. 송은범은 지난 28일 문학 LG전에 선발 출장, 6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1폭투로 2실점, 시즌 10승에 성공했다. 지난 4월 11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첫 승을 거둔 후 한 번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무패행진이다. 이로써 지난 2003년 프로에 데뷔한 송은범은 7년만에 한 시즌 두자리수 승수를 거뒀다. 1차 우선지명을 받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은 차세대 유망주가 껍질을 벗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8승(6패)으로 가능성을 내보였지만 올 시즌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인데 그 페이스가 무서울 정도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단독 2위로 올라섰다. 2.679의 KIA 구톰슨보다 0.001이 높은 2.680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송은범은 "운이 좋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마운드가 비 때문에 젖어 미끄러웠다. 계속 안미끄러져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는 그는 "그래서 80%의 힘으로 컨트롤을 고려해 던졌는데 우리 타자들이 잘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6회가 끝난 후 그만 던지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1이닝 더 던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면서 "그 순간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줬다. 기분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홈런을 맞은 상황에 대해서는 "실투였다. 하지만 투수는 실투를 던져서는 안되는 것이고 타자는 그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따라가는 분위기에서 홈런을 내주는 바람에 많이 속상했다. 투수로서 그럴 때 실점하면 안된다. 내가 타자들을 편하게 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오히려 아쉬움을 나타냈다. "항상 내가 승리를 못따도 팀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등판했다"는 그는 "그렇게 매 경기 집중하다보니 10승에 대한 감회는 솔직하게 크지 않다.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올 시즌 변화의 원인 중 하나는 '여유'였다. "작년 박철영 배터리 코치께서 일본인 포수 인스트럭터에게 '송은범은 문제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10승을 한 번도 못해봐서 그렇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는 송은범은 "그 말을 잘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내가 공을 너무 대충 던진 것 같았다 공 하나하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올해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작년 아시아시리즈 후 편도선 수술을 한 뒤 급하게 몸을 만들려고 덤볐다. 스프링캠프지에서 한국행을 지시받은 후 '여유'가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래서 이왕 한국에 온 거 제대로 치료하자는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광현과 벌이고 있는 경쟁에 대해서도 "당연히 우리팀 에이스는 김광현이다. 나는 그 뒤를 따를 뿐이다. 이제 1년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한 팀에서 두 명의 투수가 잘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웃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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