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정도로 해줄지 몰랐다. 기대 이상이다". SK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베테랑들의 몫까지 소화해내며 SK를 바닥부터 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누구의 백업이 아닌 자신만의 이름을 분명하게 알리고 있다. 김성근(67) SK 감독은 지난 28일 문학 LG전을 마친 후 선수들을 칭찬했다. "정상호는 공수에서 잘해줬다. 투수 리드도 타자로도 활약이 좋았다"고 말한 후 "모창민과 김연훈은 주전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커버하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로 해줄지 몰랐다. 기대 이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팀에서는 상징적이라 할 수 있는 박경완이라는 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그런데 팀이 동요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베테랑들과 조화를 잘 이루기 시작했다. 잘됐을 때 나오는 SK 모습이 최근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SK는 최근 힘든 시기를 넘기고 있다. SK 마운드는 마이크 존슨과 크리스 니코스키가 선발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다. 지금은 조웅천과 채병룡이 각각 어깨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재활군에 합류해 있는 상태다. 돌아올 날짜를 기약할 수 없는 단계다. 윤길현, 정우람, 정대현은 아직 완전하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전병두, 고효준 등이 올 시즌 새롭게 가세해 선발과 중간을 훌륭하게 메웠다. 시즌 초반 선발로 활약했던 전병두는 채병룡과 맞바꿔 불펜진으로 돌아섰다. 고효준도 불펜에 대기하게 됐지만 채병룡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임시선발로 나서고 있다. 고효준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바람에 혼란을 느끼는 중이지만 빨리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것은 되도록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2군에 내려가 있지만 임성헌은 12경기에서 단 1경기에서만 실점할 정도로 빼어난 중간투수로 활약했다. 김 감독은 임성헌에 대해 "공을 낮게 던질 수 있고 장점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만큼 구속만 더 끌어올린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수도 마찬가지. 안방마님이었던 박경완이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사실상 접었다. 정근우, 최정은 각각 발목, 다리 부상으로 선발 출장이 쉽지 않다. 나주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무릎이 아픈 이호준은 2군에서 아직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대신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이 건재한 가운데 김재현, 박재홍 등 베테랑 야수들이 더디지만 조금씩 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상호, 모창민, 김연훈, 이재원 등이 빈틈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정상호는 박경완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박경완 부상 후 첫 선발이었던 지난 25일 광주 KIA전에서 패했을 뿐 문학 LG전을 싹쓸이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팀타율 1위를 자랑하던 LG는 경기당 2득점에 그쳤다. 타석에서는 3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고 있다. 오랜 기다림 속에 빛을 보고 있는 만큼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다. 모창민과 김연훈은 정근우, 최정, 나주환, 이호준 등이 빠진 내야를 정경배, 안경현 등 베테랑들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메워가고 있다. 강한 어깨를 앞세워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타자 모창민은 장타율이 작년(.285)에 비해 두 배 가까이(0.459)이 늘어났다. 주로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연훈은 사실상 나주환을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빠른 발과 판단력, 미트질로 묘기에 가까운 수비력으로 관중들마저 매료시켜 가는 중이다. 김 감독이 "6월의 4번타자"로 인정할 만큼 타석에서도 믿음을 주고 있다. 출루율이 4할4푼2리고 장타율이 5할2푼2리다. 타율은 3할9푼1리. 이제 20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지만 그야말로 '인상적'인 활약이다. 작년 시즌 후 팔꿈치 재활을 거친 이재원은 11경기에서 5할(16타수 8안타)의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6할3푼6리(11타수 7안타) 여전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루율이 6할, 장타율은 6할2푼5리에 달한다. 주로 대타, 지명타자로 출장하지만 1루수 출장도 했다. 이들 SK의 젊은피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백업요원이 아닌 당당한 주전찾기로 홀로서기에 집중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전병두-고효준(위)-모창민-김연훈(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