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강세 한방칼럼] 인체의 변화는 실로 대자연의 변화만큼이나 신비하다. 대자연은 크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변화를 거치고 작게는 하루 밤낮의 변화가 나타난다. 때로는 홍수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가뭄이 들어 메마름에 고통스러워한다. 인체 역시 이러한 자연 변화와 마찬가지로 무수한 변화를 거친다.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인체는 성숙해지면서 자연과 더불어 순응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많은 질병이 그렇듯이 통풍이란 병도 처음 발병했을 때부터 인체는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관절이 붓고 격렬한 통증으로 시작한 병이 어느덧 관절의 변형으로 나타나면서 마음마저도 서서히 조급해진다. 인체가 통증이 나타난다는 것은 어쩌면 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있다는 절실한 몸부림이요 살고자하는 욕망의 분출구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통증이고 또 하나는 종양이다. 통증이란 것은 격렬한 반응이자 내가 살고자하는 몸부림이다. 통증을 수반하는 대부분의 질병은 생명과는 무관하다, 즉 통증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종양이란 것은 통증을 수반하지 않는다. 말기에 가면 결국은 통증이 나타나지만 그 전까지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가는 병이 바로 종양이다. 그런데 통풍은 통증이 극심한 병중에 하나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고 날씨가 추워도 아프고 조금만 운동을 해도 아픈 통증의 대명사가 바로 통풍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증은 인체의 좋은 반응이다. 나의 기운이 병과 싸우는 격렬한 전투의 반응인 것이다. 전투에서 인체가 이기면 통증도 줄고 병도 점점 나아지지만 만약 인체가 패한다면 몸의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즉 관절의 변형이 나타나고 통증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며 마음도 서서히 약해지게 된다. 밤에만 아프던 것이 낮에도 아프고 아픈 시간이 점점 늘어나 하루 종일 아프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풍을 치료하면 인체는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될까? 관절에 침착된 요산덩어리는 어떻게 빠져나갈까? 인체는 너무나 신비로워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체는 불균형에 빠지는 순간 병에 노출이 된다. 건강한 사람은 빠른 시간내에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이 불균형을 바로잡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때 인체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주는 역할을 한약이 대신한다. 부족한 기운을 넣어주거나 혹은 나쁜 기운이 과도하게 있을 경우 나쁜 기운을 빼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쁜 기운은 빼내야만 하는데 빼내는 방법이 실로 다양하다. 대변을 통해서, 혹은 소변으로 나가거나 혹은 땀으로 나가게 된다. 예를 들면 감기가 걸리면 차가운 기운을 땀을 통해서 빼내는데 땀이 나지 않으면 감기는 낫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 즉 감기는 땀을 통해서 나쁜 기운을 배출하는 것이다. 몸이 붓는 병에 걸리면 소변을 통해서 배출해야만 붓는 병이 낫는다. 헌데 통풍이란 병은 실로 다른 병과 달리 관절에 요산이 침착되어 있기 때문에 이 요산을 땀이나 혹은 대변, 소변으로 배출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즉시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배출시킬 수 있다. 즉, 일차적으로 요산석을 배출하기 용이하도록 변형시켜야만 한다. 요산석을 변형시키는 방법은 녹이는 것이다. 강력한 기운을 통해서 단단한 덩어리인 요산석을 녹이게 되면 바로 물의 형태로 변한다. 이렇게 물로 변화된 요산석은 배출이 아주 용이해지는 것이다. 관절내에 요산석이 물로 바뀌면 관절은 어떤 모습일까? 바로 부종이 오게 된다. 관절에 물이 차게 되는 것이다. 이때의 부종은 열이 나거나 통증이 오는 그런 부종이 아니다. 단순히 붓기만 하고 통증이나 열은 전혀 없는 그러한 부종이다. 요산석이 물로 변한다고 상상해 보라. 실로 인체는 신비롭고 경이하다. 변형된 관절이 본래모습으로 바뀌려고 부종이라는 변화를 거쳐서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요산덩어리가 녹으면서 물로 바뀌고 관절 내에 물이 차면서 붓게 된다. 갑자기 관절이 붓게 되면 환자는 당황스럽고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무척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때에는 통증이 전혀 없고 단지 붓기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거쳐야만 통풍이라는 병이 낫게 된다. 병에 걸릴 때에는 소리 없이 조용히 찾아오지만 병이 나을 때에는 반드시 변화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통풍을 치료받으면서 어느날 갑자기 관절이 붓는 반응이 나오면 "아! 이제 내 병이 낫는구나"라고 생각해도 좋다. 관절이 붓는다고, 통증이 나타난다고 너무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체는 대우주와 같이 신비롭다. [글 : 서울 편강세한의원 김종철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