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그렇다고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그는 새로운 땅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대행을 역임한 홍콩 프로축구 명문 사우스차이나(南華) 김판곤(40) 감독이 새로운 인생을 열심히 일궈가고 있다. 김판곤 감독은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홍콩 최고의 팀인 사우스차이나를 맡아 최근 3년 동안 가장 오래 감독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는 홍콩 최고의 명문팀으로 역대 리그 우승 38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8~20009시즌 후반기부터 이끌고 있는 김판곤 감독이 지난 3년간 다섯 명째 사령탑. 홍콩서 이미 한 차례 성공을 거둔 바 있는 김 감독은 홍콩 대표팀 감독직을 제의 받았다. 사실상 수락한 상태인 김 감독은 현재 사우스차이나 감독과 겸직하느냐에 대한 결정만 남은 상태. 시즌이 끝난 후 잠시 귀국한 김판곤 감독은 "부산을 떠난 후 큰 기대없이 홍콩에 갔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사우스차이나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면서 "100년 역사가 넘는 팀이기 때문에 굉장히 압박이 심한 가운데 우승을 차지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사우스차이나는 사실상 홍콩 대표팀. 대표선수의 80% 정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사우스차이나는 오는 8월 2일 프리미어리그 토튼햄 핫스퍼와 친선경기를 벌인다. FC 서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대결을 펼치는 것과 같은 성격이다. 이어 8월 23일부터는 대만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전에 출전한다. 시드 국가인 한국-중국-일본을 제외한 홍콩, 북한 등 6개 팀이 대결을 펼치는 것. 이번 대회에 대해 김판곤 감독은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토튼햄과 경기에 앞서 약 보름 간 토튼햄에서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며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은 AFC컵을 위한 전초전이다. 사실상 사우스차이나가 홍콩 대표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선수권대회와 AFC컵 모두 홍콩으로서는 힘겨운 무대. 하지만 김판곤 감독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 성과를 낸다면 국내 지도자 최초로 아랍 축구를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 김판곤 감독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다. 홍콩에 온 것도 아이들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면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당장 떠날 수 있지만 심사숙고하고 있다. 어쨌든 열심히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2년 현대서 프로에 데뷔한 김판곤 감독은 1997년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총 53경기에 출장해 1어시스트의 초라한 기록을 가진 그는 중국과 홍콩을 거치며 지도자로 거듭낫다. 특히 김 감독은 중국 진출 후 지도자 라이선스 중 가장 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P라이선스를 취득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에는 해당 과정이 없어 국내서 유일무이한 경우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판곤 감독은 노력이 최고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선수로서 잘났던 적은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필요해서 영어를 익혔고 살아남기 위해 축구를 다시 배웠다. 비록 한국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내가 지금 사는 길이다"고 마무리했다.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