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선두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쿨가이' 박용택(30. LG 트윈스)과 '타격 기계' 김현수(21. 두산 베어스)가 3일부터 5일까지 벌어지는 잠실 3연전서 치열한 방망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올 시즌 3할7푼6리(1위, 2일 현재) 11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인 박용택과 3할7푼3리(2위) 15홈런 59타점을 올린 김현수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타자들이다. 시즌 개막 전 늑골 부상으로 인해 한 달 가까이 전열서 이탈했던 박용택은 1군 합류 후 생애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으며 김현수 또한 시즌 전 개인 1차 목표로 삼았던 15홈런 고지를 밟았다. 특히 이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도 불구, 팀을 위해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을 안고 있는 박용택은 경기 중 대기 타석에 있다가 동료의 방망이에 정강이를 강타당하기도 했고 몸에 맞는 볼로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용택은 연신 "괜찮다"라며 웃어 보이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용택의 출루율은 4할3푼9리로 타율에 비해 크게 높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1번 타자로 나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폄하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시즌 초반 "좌,우 투수에 따라 타격을 달리하며 안타를 치고 살아나가는 데 주력했다"라고 밝혔던 박용택은 롯데와의 3연전서 다시 안타 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좋았던 시절의 타격도 복기하는 데 힘썼다"라고 밝혔던 박용택은 "타격관이 점차 정립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박용택의 현재 타격은 직구에 포커스를 맞춘, 지난해 김현수의 타격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박용택은 "직구를 중점적으로 노리는 타격을 하다보면 변화구도 그에 따라서 때려내는 방법이 있다는 김현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 시즌 내 타격 또한 비슷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스트라이크 존에 확실히 들어오는 직구에 집중하는 동시에 밀어치는 타격까지 좋아지며 더욱 무서운 타자로 변모한 것. 최근 펜스 플레이 도중 얻은 오른쪽 쇄골 통증으로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던 김현수는 올 시즌 중에도 과도기를 거치면서 점점 무서운 타자의 면모를 비추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서 "장타자 변신을 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30홈런 이상 펑펑 때려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15홈런에 타율 2할7~8푼 정도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김현수는 시즌 반환점을 돈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서 1차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타격폼에 크게 수정을 가하지 않은 상태서 김현수는 자그마한 변화를 통해 중심 타선에 걸맞는 타자가 되었다. 지난해 양발을 수평으로 한 크로스 스탠스를 보여줬던 김현수는 개막 전 오른발을 살짝 오픈 스탠스에 가깝게 하는 데도 집중했고 타격 후 배트를 끌까지 끌고 나가는 데 힘썼다. 특히 1루를 향해 뛰어가기 전까지 배트를 놓지 않고 휘두르며 끝까지 타구를 눈으로 쫓아가는 장면이 많아졌음은 눈여겨 볼 만 하다. 김현수는 그에 대해 "예전에는 힘을 싣기보다 공을 맞추는 배트 컨트롤에 집중했다면 올 시즌에는 좀 더 힘을 끌고 나가려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현수의 올 시즌 장타율은 6할1푼6리로 6할3푼2리를 기록한 로베르토 페타지니(38. LG)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15홈런으로 홈런 더비 공동 4위를 기록 중인 것 또한 그의 달라진 배팅 파워를 실감케 한다. 타자 개인의 선구안을 알 수 있는 삼진 당 볼넷(BB/K) 비율 또한 1.21(41볼넷/34삼진)으로 수준급이다. 진일보한 타격으로 팀 타선의 '태풍의 눈'이 된 박용택과 김현수. 수위타자 자리와 팀 승리를 놓고 벌어질 이들의 대결에 팬들의 이목이 잠실벌로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