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28)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의 물을 흐린 미꾸라지를 내보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적을 추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이천수가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방적인 질책만큼 한국 축구계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도 이번 사태와 관련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천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웠던 '이면 계약'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르면 불법이지만 국내서는 합법인 모순을 해결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천수가 주장했던 "페예노르트에서 받는 연봉(50만 유로, 약 9억 원으로 추정) 이상을 지급할 경우 무조건 이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은 국내에서 얼마든지 실현이 가능한 이야기다. 프로축구연맹이 '계약기간 내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으로 이적을 선수가 거부했을 경우 해당 선수를 임의탈퇴시킬 수 있다'는 규정으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포항을 떠나 러시아 사마라로 이적하기 전 성남행 여부로 시끄러웠던 오범석이 이 규정에 발목이 잡힐 뻔했다. 잘못된 규정이 얼마나 선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로 이번에야말로 이 규정에 손을 댈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안타깝게도 이 소망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프로축구연맹은 여전히 이 규정에 손을 대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한국 축구의 현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스스로 문제점을 외면한다면 물의를 일으킨 이천수를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한 진정성이 얼마나 축구팬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한국 축구계가 이천수 사태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도 의문이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