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히도 욕을 먹었다. 이웃집 두산은 투수들을 끌어모을 때 우타 강타자들을 잡기 위해 투자했지만 빛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예상외로 길었다. 그러니 팬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은 당연하다.
LG 트윈스가 2000년대 중반 거액을 투자해 스카우트한 기대주들이 서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3일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는 그동안 투자한 우타 기대주들이 진가를 발휘하며 완승(10-1)으로 이끈 한 판이었다.
주인공은 서울 성남고 선후배지간으로 나란히 LG 유니폼을 입은 박경수(25)와 박병호(23)였다. 둘은 LG가 거액을 들여 신인 1차 지명서 뽑은 유망주들이다.
프로 7년차인 박경수는 2003년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4억3000만원을 계약금으로 투자했다. 초고교급 선수로 평가받으며 LG 내야를 책임질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매년 유망주에 머물 뿐 스타로 탄생하지 못하며 평범한 선수로 묻히고 말았다.
그런 그가 올해는 부쩍 향상된 장타력을 앞세워 완전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루수인 박경수는 3일 두산전서 쐐기를 박는 만루 홈런을 날렸다. 만루 홈런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올 시즌 투구에 손목을 맞아 2군을 다녀오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최근 공격에 물이 오르고 있다. 지난 달 26일 SK전 2안타를 시작으로 3일 두산전 홈런 포함 2안타까지 최근 6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홈런도 2개씩이나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핵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시즌 타율은 초반 부진으로 2할3푼에 그치고 있지만 최근 6경기서 16타수 9안타로 5할6푼3리의 고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5타점 4득점.
성남고 2년 후배로 프로 5년차인 박병호의 활약은 더욱 인상적이다. 박병호는 3일 두산전서 선제 투런 홈런과 솔로 홈런을 날려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달 24일 잠실 히어로즈전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연타석 홈런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 5호.
1루수 박병호도 박경수와 마찬가지로 LG가 우타 강타자로 키우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 기대주이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날려 2005년 계약금 3억3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후 상무에 입대, 2008년 2군 홈런왕에 오르며 거포의 자질을 과시하고 복귀한 올 시즌 ‘미래 4번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2군행 보따리를 쌌고 베테랑 최동수의 부상으로 6월말 1군에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홈런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뒤 주춤했으나 6월 30일 롯데전서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이제는 LG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다. 롯데전부터 3일 두산전까지 4게임 연속 안타에 3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홈런도 3개를 곁들였다. 최근 4경기서 16타수 7안타(0.438) 5타점으로 시즌 타율을 2할7푼3리로 끌어올렸다.
오랜기간 유망주에 머물면서 구단과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둘이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면서 팀타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LG 구단이 ‘매일 팬들과 만나는 야수가 투수보다 더 값진 스타’라며 거액을 투자한 보람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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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와 박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