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실수' 김성근, "광현아, 미안하다"
OSEN 기자
발행 2009.07.05 09: 50

"미안하다". 김성근(67) SK 감독이 자신의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 팀의 에이스 김광현(21)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김 감독은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광현이에게 '미안하다'고 그랬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전날(3일) 열린 롯데-SK전 3회말은 김 감독에게 있어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난감한 순간이었다. 0-2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 7-5로 역전승했다. 그러나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김 감독의 착각으로 3회에 1실점만 한 채 교체돼 버려 시즌 11승 찬스가 애초에 차단됐다. 롯데가 1-0으로 앞선 무사 1, 2루에서 박기혁의 보내기 번트 타구가 뜨면서 시작된 9분간의 해프닝이 착각을 불렀다. SK 포수 정상호의 다이빙캐치 시도 과정에서 공의 바운드 여부를 놓고 4심 합의가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두 차례나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2사 1, 3루에서 선발 김광현이 이대호를 상대로 초구를 던지자마자 쏜살같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 문제는 앞서 가토 투수코치가 이미 마운드에 한 번 올라갔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은 '감독 또는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두 번째 가게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야구규칙 8.06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김광현을 교체해야 했다. 김광현에게 조언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게다가 불펜에서는 아무도 몸을 풀고 있지 않았다. 전병두가 나와 던졌지만 SK 덕아웃은 전체적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감독은 "이닝이 바뀐 줄 알았다"고 겸연쩍게 웃은 뒤 "1회부터 김광현이 왜 안좋을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래서 곧바로 마운드로 올라간 것이었다"고 밝혔다. "나광남 주심이 내게 다가와 '두 번째다'고 하길래 '그럼 내가 퇴장되는거냐'고 놀래서 물어봤다"는 김 감독은 "사실 나 때문에 지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뒤집어줬다.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할 때 광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네'라고 대답하더라. 선수들을 다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미안하다'고 할까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상호는 전날 상황에 대해 "다이빙을 한 후 보니 글러브 속에 공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노바운드로 처리한 줄 알고 뒤를 돌아다봤는데 주심의 콜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벌써 아웃 콜을 내린 뒤 내가 돌아봐서 아웃콜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 가장 가까운 아웃카운트부터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1루로 던졌다"고 말했다. '노바운드로 잡았다면 당연히 선행주자를 먼저 아웃시키기 위해 2루 베이스로 공을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당시 해프닝에 대해 "공이 참 애매한 곳에 떨어졌다. 4심이 모두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3루쪽 덕아웃에서도 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1루 덕아웃 쪽에서만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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