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전지현의 첫 해외진출작인 '블러드'가 개봉 한달여만에 사실상 국내 개봉을 마무리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7위에 오르더니 최종 관객수는 10만여명 남짓에 불과하다. 일본 등 해외 성적도 비슷하거나 더 초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지현의 해외 도전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 '블러드'는 개봉 직전부터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전지현이 정말 할리우드에 진출한 게 맞느냐'는 의혹이 먼저 제기됐다. 이에대해 홍보사 등은 '할리우드 영화의 정의가 과연 무엇이냐"는 식으로 맞섰다. 그동안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잘 모르는 새 숱하게 이뤄졌다.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큰 소리를 치다가 나 몰라라 하는 고전적 뻥튀기부터 미국 영화사의 탈을 쓴 국내 투자물, 국적불명의 해외영화까지 모두 명목은 할리우드 진출로 한국에 소개됐다. 전지현 소속사나 제작사로서는 사실 할 말이 많았던 게 이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한국 스타 캐스팅 영화는 미국 등 전세계에서 개봉되기는 커녕 촬영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소리 소문없이 묻혀지곤 했다. 전지현의 '블러드'는 할리우드 제작물이 아닐지라도 아시아 각국에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동시에 막을 올림으로써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공각기동대’의 오이시 마모루가 제작한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블러드'는 홍콩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프로듀서 빌콩이 제작에 참여했다. 500억원 제작비를 들인 글로벌 프로젝트로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아일랜드 프랑스 영국 미국 등지에서 개봉을 목표로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전지현은 해외로 진출했다 문제는 16세 뱀파이어 헌터의 복수극을 그린 판타지 액션 '블러드'가 영화 완성도 등에서 기대 이하의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평단의 혹평이 쏟아진 이유다. 그러나 수백억 제작비를 들이고 해외각국의 톱스타를 캐스팅해도 좌초하는 다국적 영화들은 해마다 한 두편이 아니다. 수천억원을 들이붓고도 관객들에게 돌을 맞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많다. '블러드' 역시 실패한 글로벌 프로젝트였을 뿐, 거짓 제작은 아니라는 점에서 전지현의 해외진출 공과는 재평가를 받아야된다. 출세작 '엽기적인 그녀'(2001년)의 진한 향기와 'CF 퀸' 모델 이미지로 온통 뒤덮여 있던 전지현은 2007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PD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데 이어 '블러드'라는 해외 카드를 빼들었다. 이미지 스타로 안주하기 보다는 배우로서 도전에 나선 것이다. ‘블러드’에서 생애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그녀는 중국과 LA를 오가며 3개월 동안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 영화 속 능숙하고 화려한 검술 및 공중 날기, 180도 회전 발차기 등 고 난이도 액션을 거침없이 소화했다. 또 할리우드 진출의 진짜 관문이 될 영어 연기의 경험을 쌓았다는 것도 그 자산으로 남았다.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전지현의 첫 해외진출은 흥행 여부를 떠나 배우 자신으로서는 성공이었지 않을까 싶다. [OSEN=엔터테인먼트팀 부장]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