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해요. 분명히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4일 SK전에 앞서 배팅훈련 중이던 롯데 타자들의 표정은 황당함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5-7로 내줄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3회말 일어난 해프닝이 롯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4심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 이례적으로 재번복돼 롯데 분위기가 됐다. 게다가 김성근 SK 감독의 착각으로 SK 에이스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갑작스럽게 몸을 풀기 시작한 SK 불펜진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4회 1점을 추가 2-0으로 앞서며 롯데가 이기는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5회 동점을 내주더니 6회 순식간에 역전되고 말았다. 9회 3득점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롯데 선수들은 "분명히 이기는 흐름이었는데 정말 SK가 대단한 팀이긴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 이에 SK 베테랑 타자 박재홍은 "감독님의 실수가 오히려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박재홍에 따르면 3일 경기의 흐름은 지는 분위기였다. 이는 김성근 감독도 "내 실수 때문에 졌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 아니었다. 박재홍은 "감독님이 실수를 하자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런데 덕아웃 분위기가 오히려 바뀌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감독님의 착각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기자는 화이팅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아웃에서 선수들끼리 모였다. 그리고 '감독님이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사실상 창피를 당하셨다. 이기는 것만이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감독님의 체면을 살려드리는 길이다'고 의견일치를 봤다"고 덧붙였다. 결국 SK는 대반격에 나서며 연승행진을 '7'로 이었다. 김 감독도 선수들의 분위기를 느낀 듯 경기 후 "내 실수 때문에 경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선수들이 잘 커버해줬고 오늘 경기만큼은 이기고 싶었는데 선수들이 합심한 결과"라고 평했다. SK는 다음날인 4일 경기에서 완봉패했다. 송승준의 9이닝 무실점 역투에 고개를 숙였다. 송승준의 구위가 워낙 좋아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 더불어 연승행진도 끝이 났다. 하지만 SK 타자들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연승이야 다시 하면 된다. 문제는 다음에 또 송승준을 상대로 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이만수 수석코치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햄스트링'으로 묘사했다. 이 코치는 김 감독이 갑자기 뛰어나가자 곧바로 "감독님"을 외치며 달려나갔다. 3루측 파울라인을 넘기 전에 김 감독을 잡아야만 김광현의 교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관중들의 함성에 묻혀버렸고 김 감독의 힘찬 발걸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김 감독이 파울라인을 넘자마자 돌아서야 했다. 이에 이 코치는 "정말 빠르시더라. 빨리 감독님을 말리지 못한 내 탓이다"면서 "근데 너무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 오른쪽 다리에 햄스트링이 올라온 것 같다"며 갑자기 다리를 저는 행동으로 주위사람들을 웃겼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