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단점이 그동안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그가 확실히 달라졌다. '엔돌핀' 박경수(25. LG 트윈스)가 질 좋은 타구를 연방 때려내며 경기 내적으로도 팀의 '엔돌핀'이 되고 있다. 박경수는 지난 5일 잠실 두산 전서 2회 선제 결승타가 된 우익수 희생 플라이에 1-0으로 간신히 앞선 5회 우중월 솔로포(시즌 6호, 비거리 120m)로 상대 선발 홍상삼(19)을 흔들었다. 경기 성적은 2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선제 2득점이 모두 그의 방망이서 나왔다. 올 시즌 2할3푼6리 6홈런 21타점(6일 현재)을 기록 중인 박경수는 시즌 초 확실하게 발전한 선구안을 보여준 뒤 이제는 몰라보게 좋아진 장타력까지 과시 중이다. 특히 5일 경기서 선제 타점으로 연결된 희생 플라이는 밀어친 후 힘없이 뻗은 것이 아니라 우익수 임재철(33)이 뒤로 달려가며 잡아 낸, 3루 주자 이진영(29)이 여유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던 좋은 타구였다. 경기 후 박경수는 "홍상삼의 직구 구위가 워낙 좋았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보다 몰리는 공이 나올 경우 받아치고자 노력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라며 경기를 평했다. 희생 플라이는 초구를 공략한 것이었고 5회 홈런은 볼 카운트 2-1서 과감히 받아쳐 나온 것이었다. 올 시즌 박경수의 출루율은 3할7푼9리로 타율에 비해 무려 1할4푼3리가 높다. 삼진 당 볼넷 비율(BB/K)이 데뷔 이래 최고인 1.10(볼넷 33개, 삼진 30개)에 달할 정도로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 한층 좋아진 박경수에게 선구안 향상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초반에는 타격이 잘 안 맞았어요. 대신 작전 수행 능력 등을 높여서 후속 타자들에게 찬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연결형 타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서다 보니 공도 이전에 비해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유인구에 잘 속지 않게 되더군요. 비디오 분석도 자주 하면서 단점 보완에 노력 중입니다". 뒤이어 그는 히팅 타이밍의 변화가 최근 8경기 연속 안타의 비결이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반응 속도를 빠르게 변화시킨 8경기 동안 박경수가 당한 삼진 갯수는 단 2개에 불과했다. 맞는 위치가 조금 더 앞으로 당겨지면서 삼진이 줄어든 동시에 타구의 질 또한 엄청나게 좋아졌다. "조그만 단점 하나가 타격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더라구요. 집중하는 시점을 조금 더 앞에 두면서 배트에 맞는 타이밍이 살짝 앞으로 당겨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투수의 팔이 올라갈 때 집중하고 들어섰다면 지금은 퀵 모션에 들어가는 순간 집중한 것이 맞아 떨어지고 있어요". 좋은 공을 기다리는 '냉정함'과 타격 시점을 앞으로 당긴 '열정' 사이에서 맹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박경수. 가파른 타격 상승세를 선보이며 팬들의 웃음을 절로 자아내고 있는 그의 방망이가 앞으로 어떤 화력을 내뿜을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