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빠르더라".
주전 포수 강민호(24)의 공백 속에 찬스를 잡은 롯데 2년차 포수 장성우(19)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SK 3연전에서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장성우였다.
장성우는 3연전 첫 날 선발로 나와 끝까지 포수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선발 투수 이용훈과 호흡을 맞춰 4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5회 이후 7실점했다.
지난 6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가진 장성우는 이날이 프로 세 번째 경기이자 프로 데뷔 두 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그런데 이날 장성우는 2루로 뛰던 두 명의 1루주자를 송구로 잡아냈다. 1회 2사 후 김재현, 5회 1사 후 나주환을 각각 잡아냈다.
특히 나주환을 잡아낼 때의 송구는 놀라울 정도였다. 이용훈이 변화구를 던진데다가 나주환의 스타트가 빨랐다. 그만큼 나주환은 안전하게 2루에 안착할 것 같았다.
그러나 장성우의 송구는 소위 '빨랫줄'처럼 직선으로 날아가 조성환의 글러브로 정확하게 빨려들었다. 꼼짝없이 확실한 아웃이었다.
이는 박경완이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사실상 올 시즌을 접은 SK의 포수난과 겹쳐 더욱 돋보였다.
포수 출신 이만수 SK 수석코치는 지난 4일 경기 전 로이스터 롯데 감독을 만나 장성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5초대였다. 주자가 나주환이었다는 점을 들면 이미 2루 베이스에 걸터 앉아 땀을 닦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아웃이 됐다. 어깨도 강한데다 정확성까지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투수가 세트포지션 상태에서 포수에게 공을 던져 도달하는 시간이 1.30초. 포수가 2루 송구에 평균 2초가 걸린다고 보면 주자는 3.30초 정도 안에 2루를 훔쳐야 한다. 그런데 변화구에다 이용훈이 세트포지션에서 이미 타이밍을 빼앗겨 1.5초대 후반이 나왔다. 그런데도 나주환이 아웃됐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코치는 타격 훈련 중이던 장성우를 직접 찾아가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있느냐"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성근 SK 감독도 "잘하더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SK 포수 정상호도 "몇년안에 주전으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장성우는 5일에도 나왔다. 이번에는 '세이브 포수'였다. 3-2로 살얼음 승부를 펼치던 9회 마무리 애킨스가 등판하자 장성우도 최기문으로부터 안방을 건너받았다. 이는 다분히 장성우의 어깨를 믿는다는 롯데 벤치의 굳히기였다.
지난 3일 타격 훈련 도중 만난 장성우는 "이제 3경기에 나왔을 뿐"이라며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경남고 졸업 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장성우는 "첫 경기가 잘 꿰어져 자신감을 가졌다"며 "한문연 배터리 코치님으로부터 지난 겨울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또 2군 경기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볼배합에 대해서는 "사인은 내가 100% 낸다. 하지만 경험 많은 선배 투수들 고개를 흔들면 대부분 그에 따르는 편"이라면서도 "박경완(SK), 진갑용(삼성) 등 다른 팀 포수와 강민호, 최기문 등 팀 선배들의 볼배합을 보고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타격에 대해서는 "덩치만 컸지 장타력이 좋지 않다. 캐칭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배우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장성우는 "내 힘으로 1군에 올라 온 것이 아니라 민호 선배가 아파서 올라왔다. 백업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목표는 1군에 끝까지 남는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포수 부족사태에 빠져 있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존재 가치만으로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장성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졌다. 2-2로 맞서던 6회초 2사 2루 SK 박재홍의 1타점 적시타 때 2루주자 박재상이 홈에서 세이프되고 있다./부산=윤민호 기자ym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