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판에 지각 변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신생팀 제9 구단 창단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는 7일 원로체육기자들의 모임인 한국체육언론인회(회장 박갑철)와 서울 시내 힐튼호텔 중식당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 석상에서 새 구단 창단 문제와 관련, “현재 몇몇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제, “KT 등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총재가 기업체를 실명 거론까지 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시즌 후 제 9구단 창단 문제가 구체화 될 공산이 커 귀추가 주목된다.
유 총재는 “현재 히어로즈가 스폰서를 잡는 등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창단은 한꺼번에 두 팀이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순차적으로) 제 9구단이 먼저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울러 유 총재는 “KT가 들어오게 되면 SK, LG와 더불어 3각 경쟁구도로 가는 게 (야구 발전을 위해) 좋지않겠느냐”고 말해 KT측과 일정 수준의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국내 굴지의 통신 그룹인 KT는 이미 지난 2007년 말 현대 유니콘스가 운영난에 빠져 해체 위기에 몰렸을 때 팀 인수 작업을 벌였던 전력이 있다. 당시 가입비를 둘러싸고 기존 구단들과 의견이 맞지 않은데다 몇가지 걸림돌이 생겨 결국 무산되기는 했으나 야구계에서는 거대 통신사가 프로야구단을 창단, 큰 틀에서 경쟁 구도를 갖추는 것이 야구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KT는 현대 유니콘스 구단 해체 후 재창단 형식으로 프로야구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2007년 12월 27일 KBO와 공동으로 창단 추진 의사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만약 올 시즌 뒤 KT가 프로야구단 창단 작업에 뛰어들 경우 재수를 하는 셈이 된다.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는 게 야구계의 관측이다.
KT는 지난 6월1일 KTF와 합병, 공룡 통신사 조직을 갖추었으나 조직 내부의 융화와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구단을 창단할 경우 조직 화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잇점과, KTF와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제 9구단 창단 문제는 아직 불씨를 지피는 수준이긴 하지만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한껏 위상을 드높인 한국 프로야구가 그 열기를 이어받아 신생 구단 창단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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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KBO 총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