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김시진, 투수진 난조에 '왕짜증"
OSEN 기자
발행 2009.07.08 07: 42

오십보 백보였다. 홈런포 4방으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히어로즈도 속이 터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패한 팀 한화 벤치는 더 복장이 터진 것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7일 대전구장의 양팀 덕아웃을 지키고 있던 김인식 한화 감독과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투수진의 난조로 속이 새카맣게 탄 밤이었다. 이날 양팀 투수진은 약속이나 한 듯 컨트롤 난조를 보이며 난전을 펼쳤다. 가뜩이나 장마로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 밤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다. 먼저 무너지며 속을 끓게 만든 것은 한화 투수진이었다. 우완 선발 안영명이 불을 질렀다. 지난 히어로즈전(6월 19일)서 8이닝 1실점의 쾌투로 승리를 따냈던 안영명이지만 1회부터 난타를 당했다. 톱타자 클락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후속 타자들에게 연속 안타와 도루 허용으로 2점을 더 내줬다. 그리고 2회에도 황재균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안타와 도루, 그리고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더 허용하며 5실점한 뒤 마운드를 정종민에게 넘기고 물러나야 했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도 좌완 선발 마일영 때문에 속이 타기는 똑같았다. 마일영은 1회부터 컨트롤이 흔들리며 볼넷을 내줘 위기에 몰린 뒤 간신히 벗어났으나 5-0의 리드속에 맞은 2회말에도 부진한 투구는 계속됐다. 결국 2회 3점을 내주고 2사 만루에서 강판됐다. 구원투수 송신영이 안타를 맞아 마일영은 1.2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양팀 벤치의 속끓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구원투수들이 하나같이 문제를 일으켰다. 한화는 힘들게 따라붙어 5-5로 동점을 이룬 3회 구원투수 정종민이 선두타자 이숭용에게 몸에 맞는 볼, 다음타자 송지만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뒤 다음 투수 황재규에게 마운드를 넘겼으나 모두 점수로 연결됐다. 5-7로 뒤진 5회초에는 베테랑 좌완 구대성도 '문제아 계열'에 합류했다. 3번째 구원투수 황재규가 1사후 김동수와 황재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1사 1, 2루 위기서 좌타자 클락을 겨냥해 마운드에 오른 구대성은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를 통타 당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5-10으로 뒤진 7회초에도 구대성에 이어 등판한 박성호가 황재균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데 이어 8회초에는 박성호가 2사 만루를 만들어 놓은 뒤 마정길이 폭투를 범해 한 점을 헌납했다. 한화는 마지막 투수 양훈만이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을 뿐 사사구 8개를 남발하며 무너졌다. 투수진 전체에 김인식 감독은 한 숨만 내쉴 뿐이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도 속을 부글부글 끓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발 마일영이 부진 끝에 조기강판한 뒤 송신영-전준호-이보근이 '믿을 맨'답게 잘 막아 승리를 쉽게 따내는 듯 했으나 '복병'이 있었다. 12-5로 크게 앞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린 우완 신예 김성현이 8회 불을 질렀다. 김성현은 첫 타자 추승우를 범타로 잘 처리했으나 다음타자 연경흠에게 2루타를 맞은데 이어 강동우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급속하게 무너졌다. 다음타자 김민재 볼넷에 이어 한윤섭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헌납하고 강판됐다. 덕아웃의 김시진 감독은 답답함에 머리를 흔들었다. 급하게 마운드를 이어 받은 사이드암 조용훈이 김태균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 12-10으로 2점차까지 바짝 쫓기게 됐다. 다행히 마무리 투수 신철인이 1.2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김시진 감독으로선 입맛이 쓴 한 판이었다. 다음 경기를 위해 아껴두어야할 '필승 계투조'를 소모함과 동시에 볼넷 7개를 허용한 투수진이 한심스런 경기였다. 명색이 투수 출신 감독들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양팀이 투수진의 잇단 부진에 한 숨을 쉰 경기였다. 투수진의 부진으로 경기가 질질 늘어지면서 정규이닝을 4시간 넘게 진행해야 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후 "투수들의 문제가 컸다. 조금만 막아주면 이기는 경기인데 아쉽다"며 긴 한숨을 몰아쉬었고 김시진 감독도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 부분을 투수들이 좀 더 신경 써야겠다"며 투수진을 꾸짖었다. 양 감독에게는 '짜증나는 한 여름밤의 일전'이었다. sun@osen.co.kr 김인식-김시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