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순항' 이재우, "버릇 역이용이 주효"
OSEN 기자
발행 2009.07.08 09: 27

"5회 넘어서도 체력적으로 괜찮아요". 시즌 중 보직을 바꾼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개막 전 선발로 내정된 투수와 계투로 보직을 받은 투수들의 훈련법에 차이가 있고 근육에 미치는 체력 소모도를 무시할 수 없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한 현대 야구서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자칫 부상이 찾아올 가능성도 크다. 코칭스태프의 투구수 관리 속에 4경기 째 선발로 나서고 있는 이재우(29. 두산 베어스)는 그런 면에서 더욱 선수단이 고마워하는 선수다. 개막 당시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지던 투수들이 줄줄이 2군으로 떨어진 상황서 홍상삼(19)과 함께 선발진을 지키고 있기 때문. 이재우는 지난 7일 잠실 SK전에 선발로 등판, 5이닝 동안 84개(스트라이크 48개, 볼 3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3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1패, 8일 현재) 째를 거두는 동시에 평균 자책점을 2.89로 낮췄다. 팀의 최근 5연패를 끊는 값진 승리였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이재우의 선발 전환 후 임태훈(21)의 체력 부담이 더욱 심해졌다"라며 혀를 찼다. 팀 내 10명에 가까운 투수들이 모두 부상 및 재활로 전열서 이탈한 상황이라 2009시즌을 계투로 시작했던 이재우를 선발로 돌릴 수 밖에 없던 고육책으로 인해 내뱉은 한숨이었다. 만약 이 상황서 이재우가 팀의 연패를 끊지 못했더라면 더욱 위험했다. 다행히 이재우는 최고 147km의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질을 섞어던지며 SK 타선을 봉쇄했다. 올 시즌 선발 4경기서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3.60을 기록 중인 이재우는 SK전서만 2승을 거둬들였다. 경기 후 이재우는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가 잘 되었다. 무엇보다 타선이 선제점을 뽑아준 덕분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라며 동료들에 공을 돌린 뒤 "SK의 전력 분석력이 대단한 만큼 상대 타자들도 상대의 투구폼을 잘 포착해 때려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 버릇을 역이용해 던진 것이 SK전 2승의 원인이 된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다음은 이재우와의 일문 일답이다. ▶ 경기를 자평한다면. -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가 잘 되었다. 구위도 괜찮았던 것 같았고 무엇보다 타자들이 선제점을 뽑아준 덕분에 한결 쉬운 경기가 되었다. ▶ 코칭스태프가 투구수를 관리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선발 투수인 만큼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것 같다. - 아쉽긴 하지만 내 구위를 이전에 비해 길게 끌고 갈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무적이다. 시즌 첫 선발 등판 때는 2회 이후 구위가 뚝 떨어져 고전했었는데 지금은 6회 박정권(28)을 상대할 때도 구위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자가 나갔을 때 진루타를 막기 위해 유인구를 자주 던지다 보니 볼이 많았던 것 같다. ▶ SK전서만 선발로 2승 째를 거뒀다. - 특별히 SK에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SK가 전력 분석에 있어서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지 않는가. 그래서 내 투구폼에서 묻어 나오는 버릇을 역이용해 상대의 노림수를 흐트러뜨리는 전략이 조금은 맞아 떨어진 것 같다. ▶ 시즌 중 계투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체력적인 문제는 없는지. - 계투는 1경기에 1~2이닝 만 집중하면 되지만 선발 투수는 5회 이상을 버텨줘야 한다. 대신 등판 주기 사이의 휴식기가 있지 않은가. 그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등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 위기 상황서 변화구로 삼진을 자주 잡았다. 대신 포크볼 구사는 조금 덜했던 것 같다. - 내 공을 자신있게 믿고 타자를 상대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경기서는 되도록 포크볼을 아끼다가 위기 상황서 꺼내들었는데 변화구 배분도 괜찮았던 것 같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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