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최근 히어로즈는 8개 구단의 9번 타자들 중 최고의 장타력을 자랑하는 타자를 9번 타순에 배치시킨다. 시즌 13홈런(공동 9위)을 기록하고 있는 황재균(22)이 그 주인공이다. 히어로즈의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최근 9번 타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줄곧 2번 타자로 나서던 황재균은 7월부터 9번 타자로 ‘급강하’ 됐음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을 살리고 있다. 황재균은 지난 1일 목동 두산전부터 9번 타자로 출장하기 시작했다. 더위에 따른 체력 저하와 6월의 타격 부진이 맞물리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김시진 감독이 내린 결정이다. 9번 타자로 나서던 김일경은 기동력을 갖춘 데다 6월 타격 페이스가 좋아 황재균의 2번 타자 자리를 대신했다. 황재균은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덕 클락-황재균-이택근-클리프 브룸바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의 파괴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6월까지 54경기에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하며 장타력을 갖춘 2번 타자의 임무를 수행했다. 김일경이 2번 타순에 배치되면 히어로즈는 강공 일변도의 상위 타선에서 탈피해 짜임새를 갖춘다. 1번 타자 클락이 출루하면 번트에 능한 김일경 덕분에 작전을 걸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2번 타순에 황재균이 있다면 장타력이 아쉬워 번트를 지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9번 타순에 배치된 황재균은 마음껏 배트를 휘두를 수 있다. 작전을 수행하기 보다는 안타로 출루해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역할이다. 상대팀에게는 한 타순이 돌 때 9번 타자부터 장타의 위협을 줄 수도 있다.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서 황재균은 부담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2회와 7회에 각각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두 개의 홈런 모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터졌고, 3회와 5회에는 정교한 타격으로 기회를 상위타선에 연결시켰다. 황재균은 9번 타자로 나선 최근 5경기에서 18타수 9안타(5할) 6타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과 3일 경기에서는 각각 2안타씩을 기록했다. 흠이 있다면 볼넷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는 것. “지나치게 적극적인 타격으로 볼넷이 적다” 는 김 감독의 지적이 정확했다. 2번 타자로 나서는 김일경 역시 최근 5경기에서 21타수 9안타(4할2푼9리) 5도루를 기록하며 제몫을 다해주고 있다. 처음으로 2번 타순에 배치된 지난 1일 두산전에서는 5타수 4안타 3도루로 확실히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5경기 연속 안타. 타순의 작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는 여전히 4위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다. 황재균의 ‘공포의 9번 타자’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한여름의 승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