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는 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최근 6연패에 빠져 있는 SK 김성근(67) 감독이 담담하게 팀을 돌아봤다. 김 감독은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과의 홈경기가 비로 취소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연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연패가 될 수도 있다"며 "지금은 1위지만 남은 49경기에서 7~8위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4일 사직 롯데전에서 0-1로 패한 후 11일 문학 삼성전까지 6연패에 빠졌다. 2007년 김 감독 부임 후 최다연패다. 바로 직전 7연승으로 독주 체제를 갖추는 듯 했기에 갑작스런 6연패는 충격이 더했다. 이에 김 감독은 "그동안 SK는 상대팀보다 스피드가 뛰어났다. 남들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빨리한 것이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이 말한 스피드는 일반적인 빠르기 개념을 넘어 선 것이었다. 볼스피드, 배트스피드, 주루플레이, 퀵모션 등 단순한 것부터 볼배합, 선수운용 등 전체적인 변화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표현이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한 예로 두산 외국인 투수 세데뇨를 들었다. "우리는 세데뇨를 두 번 만났다. 그런데 첫 번째(문학, 6월 21일)와 두 번째(잠실, 7월 8일) 세데뇨는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며 "첫 번째 세데뇨는 퀵모션이 1.3~1.5초대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본 세데뇨는 퀵모션이 1.1초대로 격감했다.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불과 2주일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이는 두산 코칭스태프의 노력인지 세데뇨 스스로의 노력인지 모르지만 분명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면서 "올해 우리는 그런 변화에 대한 대처가 상대적으로 늦다. 상대팀들이 오히려 빠르다. 그만큼 한국야구 전체가 이 만큼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는 SK와 두산이 맞붙는 라이벌 경기지만 정작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앞선 경기의 약점이 보완된 전혀 다른 팀 간의 대결이 되는 셈이다. 작게는 선수 개개인의 스윙부터 크게는 작전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이 야구를 전쟁에 자주 빗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SK가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정상을 호령할 수 있었던 원인은 '대처 스피드' 때문이었다. 상대의 변화를 미리, 빠르게 감지하고 그 대처법을 찾아내 적용한 것이 승리의 비법이었다. 선수들도 이를 잘 숙지하고 따라줬다. 하지만 지금의 SK는 기본 동력이 부족한 팀이다. 박경완이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빠졌고 박재홍, 김재현, 조웅천, 김원형 등 베테랑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탄탄했던 백업 멤버가 없어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하를 줄이기 힘들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4~6월은 선수들이 정말 잘해준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났다"면서 "SK는 매년 5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시기가 7월로 늦춰졌을 뿐이다"고 말했다. 어차피 겪는 당연한 부진이라는 뉘앙스였지만 "그렇다고 이 고비를 넘기면 독주로 갈 수 있다는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해 SK 기본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SK 선수들에게는 모처럼 휴식이 주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날도 저마다 개인 훈련에 나섰다. 김 감독은 "비로 인한 휴식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적으로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라고 말해 장마가 SK의 연패 흐름을 바꿔주길 기대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