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들어 극심해진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투수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 우완 선발 송승준은 3게임 연속 완봉승이라는 기염을 토하고 한화 류현진, LG 봉중근 , SK 김광현과 송은범 등 에이스들은 잘 버텨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은 타자들의 강력해진 방망이 앞에 무너지고 있다. 김광현이 방어율 2.67로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방어율 2점대에서 3점대 투수들까지가 11명에 불과하다. 연일 대량 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고 5점 차이는 한 순간에 뒤집히는 경기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타고투저' 현상이 계속되자 투수들의 하소연도 커지고 있다. 한 투수출신 감독은 "아마도 한국 투수들이 세계에서 가장 힘든 선수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감독은 "국제대회를 겨냥하면서 그동안 뜯어고친 규정들이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커진 공, 낮아진 마운드,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등이 그것이다"면서 "이 규정들을 완화해야만 경기시간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난타전으로 요즘 늘어지고 있는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투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 감독의 주장처럼 한국 야구는 그동안 투수들에게 불리한 규정들이 잇따라 도입됐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참패 이후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마운드 높이를 12인치에서 10인치로 낮혔고 공인구도 조금 커지게 됐다. 여기에 스트라이크존도 좌우에서 상하로 조정했다. 이런 조치들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투수들의 고전으로 이어졌다. 투수들은 한 순간에도 대량실점하는 일이 많아졌고 경기시간도 질질 늘어졌다. 물론 타자들이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가 향상되고 타격 기술도 좋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투수들에게 불리해진 규정도 '타고투저'와 '경기시간 연장'에 한 몫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판진도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이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세밀해진 TV 중계 기술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할 수 없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투수코치는 "다른 규정을 차지하더라도 마운드 높이는 높여야 한다. 국제대회도 우리처럼 낮은 마운드는 아니다"며 하루빨리 투수들을 보호하는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 코치는 "역설적으로 세계 규정에 맞춘 덕분인지는 몰라도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호성적을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어려운 환경의 한국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수들이 노력한 것이 국제대회에서는 수월해졌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 큰 공인구를 쓰다가 WBC에서는 작은 사이즈의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던지고 스트라이크존도 넓어 경기하기가 좋았다는 한국 투수들의 말이 새삼 다가오는 현재이다. 한마디로 '한국 투수들이 세게에서 가장 힘들다'는 것이 투수들의 항변이다. sun@osen.co.kr 한국무대보다 완화된 마운드 높이, 공인구, 스트라이크존 등으로 편안하게 투구해 호성적을 낸 WBC 출전 한국 투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