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가장 잘하는 배우? 신정근을 아시나요
OSEN 기자
발행 2009.07.13 08: 38

배우 신정근이라면 '누구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아! 이 사람' 무릎을 치기 마련이다. 이름보다 연기로 알려진 배우, 그가 바로 신정근(44)이다.
요즘 그만큼 바쁜 배우도 드물다. 스크린을 달군 흥행작 '거북이 달린다' 시골 건달 용배 역, SBS 인기 수목극 '시티홀' 까칠하면서 인간적인 공무원 지국장, 영화 '킹콩을 들다' 교활하고 악랄한 큰형님 역으로 등장한 데 이어 김혜수 류시원 등과 함께 출연하는 SBS 드라마 '스타일' 촬영으로 분주하다.
악역이면 악역, 코미디면 코미디 신정근이란 배우는 소화못할 게 없는 배우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정형화된 틀없이 어느 배역에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자 자질을 갖췄다는 점이다. 김윤석 등과 동기생으로 정통 연극배우 출신인 그가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뒤늦게나마 인정받게된 배경이다.
김유신의 동생('황산벌')으로 삼국을 통일한 뒤 조선 세종 때 화약 발명을 도왔고('신기전'), 남편 찾아 베트남까지 찾아온 수애를 돌봐준 국군 대대장('님은 먼곳에')으로 파월됐다가 충청도 예산의 건달('거북이 달린다')로 돌아온 그 남자, 신정근을 7월 어느 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ㅡ 워낙 사투리 연기를 잘해서 진짜 고향이 궁금하다
고향은 전남 영광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호남 사투리로 캐스팅된 적이 없다. '황산벌' 때는 백제군으로 오디션을 봤는 데 신란군 김유신의 동생으로 출연했다.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썼고. 이번에는(드라마 '스타일') 된장남으로 등장하니까 세련된 도시 말투를 구사해야된다.(웃음)
ㅡ 다른 배우들은 사투리 연기에 애를 먹던데
사투리 연기는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정서가 나와야 한다. 그 지역만의 정서가 말투에 배어나오는 게 바로 사투리니까. 영화 출연 전에 지방색이 있느 사람들을 교묘하게 만나서 싹 빼먹는다. 안배우는 척 하면서(웃음). 배우기 어렵기로는 부산 사투리가 최고다. 경상도 사투리하고는 또 다르다.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경상도 사투리는 지역마다 다 다르다.
ㅡ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는 모두 등장했다
며칠 전에도 새 작품에 출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제목이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인가. 노론소론 당파 싸움을 그린 사극이다. 그러고보니 이 감독님 영화에는 한 편도 안빠지고 얼굴을 비췄다. 존경하는 분이고 늘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ㅡ 이제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지 않았나
친한 동료들이 대학로의 한 생맥주집 앞을 '정근로'(신정근의 이름을 딴)라고 부른다. 감독님이건 누가 부르건 간에 대학로를 찾아오면 그 집 노천 자리에 앉아 술을 자주 마셔서 그렇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안쪽 자리로 옮겼다.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는 분들도 많고. 때로는 불편하면서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
ㅡ 연기 영역이 넓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잘 소화하고
'시티홀' 때 공무원 역할은 너무 어려운 배역이었다. 넥타이를 매고 연기한 적도 처음이고(웃음). 그래서 탄력적으로 해봤다. 처음에는 악역 같지만 점차 미워할수 없는 인간미를 가진 역할로. 자신의 캐릭터를 고정시켜놓으면 이런 역할은 할수가 없다. 예능 프로에 나가서 잘할 자신도 없지만 나가길 꺼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ㅡ'거북이 달린다'의 용배 역은 정말 '딱'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정말 편안하게 연기했고 나랑 비슷한 부분도 많다. 일하는 분위기도 아주 좋았고 감독님과 김윤석씨가 많이 도와줬다. 영화 속 내 일당으로 나온 친구들은 극단 축구회의 후배들이다. 연기에 대한 자유도를 많이 받은 만큼 더 위험해지만 그래서 더 조심했다. 연기란 게 조금 더 가면 오버인 경우가 많으니까. '거북이'가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같다.
ㅡ 너무 늦게 배우로서 인정받아 아쉽지 않은가
나는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믿어주고 아껴주는 가족이 있고 하고 싶은 연기도 마음껏 하고. 물론 인정받고 성공하면 배역이야 더 커지지 않겠나(웃음). 배우로서야 당연히 원톱 주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고 그동안 배우로 살아오면서 인복은 참 많았다.
'거북이 달린다'에서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든 명장면. 탈주범 정경호의 현상금을 '5대5'로 나누자는 친구 김윤석의 전화 제의에 신정근은 차를 멈춘다. 그리고 나즈막한 충청도 사투리로 되묻는다. '5대5? 누가 5인데?'. 그만이 할 수 있는 능청스런 연기에 객석은 순식간에 폭소의 바다로 변했다.
중 고교시절 복싱으로 다져진 몸매는 군살 한 점없이 매끈하고 바쁜 와중에서도 등산과 축구로 체력 단련을 게을리 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배우들처럼 웨이트로 만들어진 몸짱은 아니다. "배우가 너무 짜여진 근육을 갖는 건 좋지않다"게 후배들을 향한 배우 신정근의 조언이다.
mcgwire@osen.co.kr
김영민 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