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끝난 뒤 고영민에게 외야 훈련을 시킬 계획".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이야기였다. 2006시즌 이후 두산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던 고영민(25)이 내,외야를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할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김 감독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 전을 앞두고 고영민의 외야 겸업 가능성을 암시했다. "지금은 시즌 중이라 어렵지만 올 시즌이 끝난 뒤 고영민에게 외야 훈련을 시킬 계획"이라고 이야기 한 김 감독은 "고영민이 지금보다 타격을 더 잘해야 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뒤이어 김 감독은 "발 빠르고 펀치력이 좋은 고영민인 만큼 수비 부담이 줄어들면 한 시즌 홈런 10개 이상, 60타점 이상은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감독의 진심은 그 다음 이야기에 전해졌다. "올 시즌 고영민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모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고영민은 올 시즌 발목 인대 부상 등을 겪으며 40경기서 2할4리 1홈런 11타점(14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시즌 개막 전 김 감독이 지목한, '팀 내 가장 적절한 3번 타자 감'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성적. 그러나 고영민은 52번의 출루 후 26번이나 홈을 밟으며 득점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일단 출루를 하면 2번 중 1번은 팀의 득점으로 이어놓은 선수가 바로 그다. 김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서 기존의 3번 타자가 아닌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3번 타자를 기용하고자 했다. 올 시즌 들어 고영민은 공격만이 아닌 수비 면에서도 다소 불안한 면모를 비추며 '경기의 지배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를 범타로 만들며 팀 승리를 지키는 경우도 있었으나 승부처에서 저지른 실책으로 인해 경기를 그르친 경우도 제법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아도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던 순간이다. 선수 본인에게도 2009시즌은 더욱 중요한 한 해다. 시즌 후 결혼을 앞두고 있는 고영민은 반려자에게 좋은 성적과 팀 우승을 선물로 안겨주겠다는 각오로 시즌을 시작했다. 호성적을 통한 골든 글러브 탈환을 노렸으나 타격감이 상승하려던 순간 부상이 겹쳤고 부담감 또한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팀 내 내야진 또한 튼실해지면서 고영민을 대신해 2루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진 상태. 김재호(24)는 물론, 롯데서 이적한 이원석(23) 또한 2루 수비가 가능하다. 개막 전 1루 요원으로 정해졌던 오재원(24)도 2루 수비에 나설 수 있다. '고영민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는 김 감독의 이야기는 '고영민이 자칫하면 2루 주전 자리를 잃을 수 있다'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도신초교 시절 포수를 보기도 했으나 외야에 서 본적은 없었던 고영민은 김 감독의 이야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곧바로 이어진 경기서 톱타자로 선발 출장, 팀의 초반 10득점 중 3득점을 올리며 14-9 승리에 공헌했다. '출루'를 통해 공격 활로를 뚫는 역할을 해낸 것. 선수를 긴장케 한 고영민의 외야 전향 가능성. 김 감독의 발언에는 고영민이 절박함 속에서 부담을 이기고 제 임무를 확실하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