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의 만능 팔과 만능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제트' 고영민(25. 두산 베어스)이 최근 5경기서 3할5푼(20타수 7안타)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고영민은 지난 16일 대구 구장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톱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 5-9로 뒤지고 있던 5회초 추격의 불을 당긴 좌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경기 성적은 4타수 1안타(사사구 2개) 2타점 2득점. 상대 우완 최원제(20)의 공을 끌어당겨 지난 4월 29일 잠실 SK전 이후 무려 78일 만에 타점을 신고한 고영민은 곧바로 3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상대 좌완 조현근(24)을 압박했다. 베이스 모서리를 잡고 자의적으로 스피드를 죽인 특유의 슬라이딩이 돋보였다. 추격 타점을 올리는 동시에 득달같은 3루 도루로 조현근의 볼넷 남발을 유도한 그는 김동주(33)의 밀어내기 볼넷에 홈을 밟으며 8점 째를 올렸다. 고영민의 득점은 9-9 동점을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두산의 추격세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2할7리 1홈런 13타점(16일 현재)에 그쳐 있는 고영민은 시즌 초 부진과 발목 부상으로 인해 힘겨운 전반기를 보냈다. 시즌 후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이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해야 주전 2루수로 낙점할 수 있다"라는 김경문 감독의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고영민의 전반기는 아쉬움으로 점철되었다. 사실 시즌 전부터 고영민은 여러가지 변화 과정을 겪었다. 개인적으로는 파워 배팅에 염두를 두며 배트 길이를 33.5인치에서 34인치로 바꾸고자 했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후에는 박진만(33. 삼성)의 이탈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또한 유격수 수비 훈련에 나섰다. 선수 본인은 내색하지 않았으나 새 시즌 초반부터 힘든 여정을 보냈다. 시즌 초 실책성 수비와 무기력한 스윙으로 인해 '경기의 지배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던 고영민은 결국 지난 5월 10일 잠실 한화전 도중 발목 인대 부상을 입으며 1달 여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동안 두산은 김재호(24), 이원석(23) 등 대체자들의 맹활약을 앞세워 큰 하락세 없이 시즌을 치렀다. 유망주들의 활약에 고무된 동시에 고영민의 득점력을 아쉬워했던 김경문 감독은 "다음 시즌 고영민의 외야 겸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선수의 각성을 촉구했다. 고영민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싶다는 1차적 의미 외에 선수 본인이 스스로 위기를 깨닫고 각성하길 바라는 김 감독의 발언이었다. 올 시즌 30안타와 27개의 사사구로 57번의 출루를 기록한 고영민의 개인 득점은 29점. 출루로 기록되지 않은 땅볼 출루까지 포함해 67번 1루를 밟았음을 감안하면 그의 득점 성공률은 43.3%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김 감독 또한 팀 내 최고의 득점률을 자랑하는 고영민이 주전 라인업서 공격 활로를 확실히 뚫어주길 바랐고 삼성과의 3연전서 고영민은 다시 득점 활로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지난 3경기서 고영민은 3개의 안타와 사사구 5개를 얻어내며 6득점을 올렸다. 원정 3연전서 2승 1패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데는 무려 75%의 득점 성공률을 기록한 고영민의 공을 무시할 수 없었다. 턱 관절 골절상에서 회복 중인, 테이블 세터진을 함께 구축하던 이종욱(29)의 합류에 맞춰 슬슬 제 위력을 되찾고 있는 고영민. 출루 능력을 되찾은 '고제트'의 발에 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