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적생' 지승민, "세번째 목표는 두산 우승"
OSEN 기자
발행 2009.07.18 08: 07

"두 번째 목표가 무산된 만큼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겠습니다". 사자에서 반달곰이 된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가득했다. 지난 16일 삼성 라이온즈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좌완 지승민(31)이 새로운 팀의 우승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17일 빗줄기가 흩날리던 잠실 구장에서 만난 지승민은 윤석환 투수코치, 강인권 불펜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50개 가량의 공을 던진 뒤 굵은 땀방울과 함께 뜨거운 숨을 몰아 쉬었다. 이적 첫날이라 긴장된 모습을 보여주던 지승민이 가여웠던지 곁에 있던 주장 김동주(33)는 "우리 팀 편하고 좋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라며 토닥거렸다. 어려운 동작을 팬들 앞에 안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부단한 연습을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인 만큼 그들에게는 온갖 사연이 가득하다. 그러나 지승민의 야구 인생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선수로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그였기에 가치 평가를 통한 트레이드는 어떻게 보면 값지다고도 볼 수 있다. ▲구대성의 15번을 이어받았던 이적생 지승민은 천안 북일고 시절이던 지난 1997년 한화에 1차 우선 지명으로 입도선매된 유망주다. 한양대 진학을 택한 뒤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에게 한화는 1억35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고 그 해 일본 오릭스로 떠난 구대성(40)의 15번을 허락했다. 지승민은 그만큼 기대를 모았던 좌완 유망주였다. 두산에서 55번을 택한 그에게 번호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15번이 구대성 선배의 번호이기는 했지만 원래 배번에 큰 애착은 두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신고 선수 계약을 맺었을 때부터 달았던 97번은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 인생을 이어가려고 택했던 번호다. 지금 달고 있는 55번은 그냥 비어 있어서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지승민은 데뷔 첫 2년 간 1승 3패 3홀드 2세이브만을 올리며 한화에서 꽃피우지 못한 채 2003시즌 삼성으로 이적했다. 재일교포 내야수 고지행과 함께 삼성으로 이적한 트레이드였으며 그 반대급부는 외야수 임재철(33)과 내야수 김승권이었다. 천안 북일고 2년 선배이기도 했던 임재철은 현재 서울에 거처가 없는 지승민을 위해 일시적인 '더부살이'를 허락했다. "(임)재철이 형이 고교 2년 선배인지라 트레이드 때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2003년 이적 때 맞교환 형식으로 이적했는데 그 때 삼성 선수들이 '재철이는 울면서 떠났는데 넌 웃으면서 우리 팀에 오는구나'라며 조금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야구 인생을 위협한 두 번의 시련 한 번의 이적을 겪은 지승민은 2004시즌 3승 1패 17홀드 평균 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필승 계투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그러나 프로야구계를 뒤흔들었던 '병역 파동'은 야구에 목말랐던 지승민을 황량한 구치소로 몰아 넣었다. 법의 심판을 받은 후 2005년 7경기에 출장한 뒤 지승민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공익 근무 복무를 택했다. 그러나 그 다음 찾아온 불행에 비하면 이는 양호한 편이었다. 실전 공백만을 가져다 줬을 뿐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마운드 복귀만을 꿈꾸던 중 소집해제가 얼마 남지 않았던 2007년 가을. 지승민은 버스와 추돌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쪽 어깨 인대 모두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투수의 어깨 근육이 파손되었다는 진단은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오른팔은 위로 뻗을 수 있으나 왼팔은 그렇지 않았다. 어깨 인대 5개가 모두 파열돼 가슴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의 소집해제를 기다리던 삼성 또한 '이제는 끝난 것 같다'라며 지승민에 대한 기대를 버리려 했다. 그러나 지승민은 신고 선수로 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굴욕 끝에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안되려니까 안 좋은 일이 자꾸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LG로 옮기신 김용일 트레이너와 함께 재활에 힘썼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풀타임 출장 목표' 무산…세 번째 목표에 집중할 것 신고 선수라는 불안한 입지 속에 1년 여간의 긴 재활을 거친 뒤 2009시즌 마운드로 돌아온 지승민. 예전에 보여줬던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공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제구력이 바탕된 공으로 믿을만한 좌완 릴리프의 모습을 되찾던 도중 A형 간염이 발목을 잡았다. 간염에서 회복해 2군 경기에 나서며 실전 감각을 가다듬던 도중 트레이드로 전환점을 맞은 그였기에 처음부터 건넨 질문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현 상황에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이번 트레이드는 내게 기회가 될 것 같다. 삼성에서는 권혁(26)에게 실력에서 밀려 이적하게 된 것이다. 입지가 좁아져 트레이드된 것에 섭섭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분 좋게 '기회를 잡았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다만 단숨에 투수진 'NO.2'가 된 것에 어색해했다. 이적하자마자 두산 투수진의 '베테랑'으로 자리하게 된 지승민은 "김선우(32) 선배를 제외하고는 팀 내 나보다 나이가 많은 투수가 없다. 삼성에는 선배들이 많았는데 두산은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젊어서 '내가 이제는 많은 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더라"라며 웃음을 보였다. '시즌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일상적인 질문을 던졌다. 여러 번의 위기를 분기점으로 만들어가며 선수 생활을 이어간 지승민이었기에 그의 답변은 소박하면서도 더욱 뜻깊었다. "신고선수 꼬리표를 떨치고 시즌을 맞았던 만큼 첫 목표는 '그저 1군에 오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쉽고 빠르게 1군에 올라 두 번째 목표는 '풀타임 출장'이었는데 간염 때문에 꿈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제 두산에서 제게 원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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