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로 간다고 해도 주전들을 넘어설 수 있겠어? 2루에서 잘해야지".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선수들 간의 경쟁 체제로 선수단 내부 전력 증강을 꾀하는 지도자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외야 겸업'설에 휘말렸던 주전 2루수 고영민(25)이 앞으로 보여줄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2경기를 기상 및 그라운드 사정 악화로 치르지 못한 김 감독은 고영민의 외야 겸업에 관련한 질문에 "선수 개인의 긴장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꺼낸 이야기"라며 입을 열였다. 두산은 고영민 외에도 이대수(28), 김재호(24) 등 주전으로 내세워도 손색 없는 내야수들을 보유하고 있어 그들의 출장 기회가 적어지는 데 대한 사기 고양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고)영민이가 외야로 이동하면 타격이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으나 고영민이 외야로 이동한다고 해서 김현수(21)나 이종욱(29), 임재철(33)을 수비 면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영민이는 국가대표로 2년 간 2루 자리에 섰던 선수다. 자기가 기량을 펼쳤던 '가락'이 있는 만큼 제 기량을 회복하길 기대하고 있다". 올 시즌 42경기에 출장해 2할7리 1홈런 13타점(18일 현재)을 기록 중인 고영민은 최근 5경기서 3할5푼(20타수 7안타) 2타점 7득점으로 다시 힘을 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2익수' 시프트를 구사한 2루수이기도 한 고영민은 67번 1루로 나가 29득점을 기록, 득점 성공률 43.3%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팀 내 최고 성공률이다. 고영민이 살아나는 것은 '발야구 팀' 두산에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시즌 팀 도루 68개로 8개 구단 중 6위에 그치며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두산인 만큼 이종욱-민병헌(22)과 함께 '육상부'로 명성을 떨친 고영민이 제 기량을 펼친다면 공격 활로 또한 한결 쉽게 뚫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많이 뛰기는 했다"라며 팀의 발야구를 자평한 김 감독은 "(이)종욱이와 영민이가 복귀해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면 후반기 대반격도 가능하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두산은 시즌 전적 45승 3무 35패(승률 5할4푼9리)로 3위 KIA(44승 4무 35패, 승률 5할3푼)에 1푼9리 차로 쫓기고 있어 주전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고영민이 수비 집중도를 좀 더 높이는 동시에 공격 활로를 확실히 뚫어줬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의 분전을 촉구했다. 두산의 득점 공식에 없어서는 안 될 '고제트' 고영민이 감독의 기대에 걸맞는, 확실한 모습으로 다이아몬드를 누빌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