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 만에 되찾은 이종욱의 '행복 미소'
OSEN 기자
발행 2009.07.20 09: 06

[OSEN=박종규 객원기자] 이종욱(29, 두산)의 입가에서 다시 행복의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7-5로 앞선 두산의 6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손시헌이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인 이원석이 파울볼을 날린 직후, 두산 더그아웃에서 대주자 한 명이 뛰어나왔다. 그 순간, 1루측 두산 관중석은 물론 3루측 히어로즈 관중석에서도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등번호 39번의 이종욱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6월 2일 광주 KIA전 경기 도중 피를 흘리며 실려 나가 모든 야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지 47일 만에 밟은 그라운드였다. 두산으로서도 중대한 결정이었다. 내야를 지휘하는 유격수 손시헌을 2점차로 쫓긴 6회에 벤치로 불러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 두산은 이종욱 카드를 아낌없이 빼들었다. 이종욱은 부상 당시 자신의 턱을 잡고 의료진을 황급히 부르던 ‘죽마고우’ 손시헌의 대주자로 나서게 됐다. 평소와 같이 이종욱은 성큼성큼 발을 내딛으며 리드를 시작했고, 히어로즈 배터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두산 관중들은 일어서서 이종욱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상기된 표정의 이종욱,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많이 긴장했다” 고 돌아보기도 했다. 이원석의 타구가 1루쪽 파울라인 쪽으로 굴러가자, 이종욱은 날렵한 발놀림으로 2루를 거쳐 3루까지 향했다. 파울이 되었지만, 이종욱의 힘찬 질주가 그라운드를 잠시 뒤흔들었다. 이종욱은 “그 타구가 파울이 아니었다면 홈에 들어가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이원석의 빗맞은 유격수 땅볼 때 2루를 밟은 이종욱은 곧 이은 유재웅의 2루타 때 득점에 성공했다.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와 3점차로 달아나는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후 3개의 안타를 연달아 터뜨린 두산은 11-5로 앞선 상황에서 7회초 수비에 들어갔다. 두산 관중석은 또다시 들썩거렸다. 이종욱이 글러브를 들고 뛰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27일(히어로즈전) 교체 출장한 이후로 54일 만에 되찾은 잠실구장의 중견수 자리였다. 7회 1사 1루 상황에서 강귀태의 잘 맞은 타구가 이종욱 쪽으로 날아갔다. 이종욱은 공과 함께 담장 쪽으로 달리면서 타구를 잡아냈다.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지자, 이종욱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사실은 쉬운 타구였는데, 어렵게 잡았다” 며 쑥스러워하는 이종욱이었다. 그 미소는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가 됐다. 전반기 내에는 출장이 힘들고, 어쩌면 올시즌에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던 이들의 전망을 무색케 했다. 구단 내에서도 회복에는 8~12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약 6주 만에 복귀해 ‘이상 무’를 알린 셈이었다. 이날 경기 후, 이종욱은 "타격할 때도 턱에 신경쓰지 않았다. 두려움이 없었다" 고 밝혔다. 지난 17일, 비가 내리던 잠실구장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종욱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44일만의 1군 복귀라는 놀라운 회복 속도였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자신할 수 없었다. 눈에 띄게 살이 빠져 턱선이 살아난 얼굴은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하던 지난 2006년의 모습과 비슷했다. 이종욱은 신인과 같은 자세로 돌아와 있었다. 시즌의 반이 지나간 20일 현재 2할6푼6리의 타율에 16득점 12도루라는 성적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저 시즌이 끝날 때 까지 건강하게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라운드로 돌아온 이종욱의 얼굴에서는 행복함이 묻어나왔다. “모든 것이 낯설다. 경기 감각도 없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많은 관중들 앞에 나온 것만으로 만족한다” 며 소감을 밝힌 이종욱이었다. 경기 중 사고를 당한 선수에게는 모든 야구팬들의 걱정이 쏠리게 마련이다. 이종욱의 경우에는 특히나 많은 팬들의 염려가 있었다. 그 덕분에 빠른 속도로 회복한 이종욱의 미소는 팬들을 안심시켰다. 동시에 ‘야구선수는 야구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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