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 축구계는 묘한 엇갈림을 지켜봐야 했다. 프랑스 리그 1 파리 생제르맹 이적을 추진하던 이근호가 일본 주빌로 이와타 복귀를 선택한 반면 이청용은 K리그 사상 최고 이적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 원더러스행을 사실상 확정지어서다. 축구 팬들은 이청용의 해외 진출을 축하하는 반면 이근호의 실패는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이근호의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적에 실패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근호는 올해 초 한 차례 해외 진출에 실패하고 일본 주빌로 이와타로 선회한 경험이 있어 두 번째 실패다. 자연히 이근호의 에이전트사인 텐플러스스포츠의 이동엽 대표에게 불신의 눈길이 흐르고 있다. 이동엽 대표는 "한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의 실패는 없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무능한 에이전트'라는 비난이다. 그러나 이동엽 대표에게 '무능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맞지 않는다. 그동안 박주영의 AS 모나코행 그리고 조원희의 위건 애슬레틱행을 이끌어낸 인물이 바로 이동엽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적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에이전트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 에이전트들이 직접 선수의 이적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외국 에이전트에 일처리를 맡겨 생기는 문제라는 소리다. 이 관계자는 "이근호 문제도 이동엽 대표가 직접 추진한 것이 아닌 프랑스의 한 에이전트를 끼고 진행한 문제라고 들었다"면서 "박주영과 조원희의 이적도 현지 에이전트의 힘을 빌린 것은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주영과 조원희는 운이 좋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해외 진출에 있어 무산이 반복되던 문제가 여기에 숨어 있었던 셈이다. 또한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을 대신해 검증하고 있는 에이전트 선발에 허점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에이전트 선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수험 공부처럼 공부를 해서 에이전트 자격을 주는 현 시스템에서 실제 이적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에이전트 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