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 속의 북을 사람으로 재탄생시킨 SBS 특별기획 ‘자명고’가 21일 아쉬운 종영을 앞두고 있다. ‘자명고’는 대중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분명 실패한 드라마다. 두자릿수 시청률도 간신히 지켜내다 결국 한자릿수로 하락했으며 애초 기획했던 50회 기획을 채우지 못하고 39회로 종영을 맞는다. 하지만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참신한 소재로 극을 이끌었으며 신세대 청춘배우들을 과감히 캐스팅하면서 사극의 새 지평을 꿈꿨다는 데 의의를 둘만하다. 기존 사극의 틀은 깬 참신하고 과감한 도전 ‘자명고’가 가장 흥미를 끄는 점은 설화 속의 북을 사람으로 재해석한 점이다. 낙랑공주가 사랑하는 호동왕자를 위해 찢었던 자명고가 예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낙랑의 왕녀로 설정됐다. 게다가 자매인 낙랑과 자명이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삼각관계에 놓이고 결국 상대방을 죽이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기존 사극은 인물의 일대기와 성공기로 관철된다. 때문에 실제 역사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재미를 위해 재해석이 추가될 경우에는 항상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자명고’는 과감한 상상력으로 역사왜곡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고 오히려 시청자들의 상상력 또한 극대화될 수 있었다. 정려원, 정경호, 박민영 등 청춘스타들의 캐스팅 또한 과감하고 신선한 결정이었다. ‘자명고’가 성공했다면 사극이 가지고 있던 무게감을 덜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사극 배우들의 세대교체도 가능했을 것이다. 카리스마의 부재 하지만 젊은 스타들은 대하사극을 이끌 만한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특히 극 초반을 이끌었던 홍요섭, 이미숙, 문성근, 성현아, 이원종, 고수희 등 카리스마 넘치는 베테랑 배우들과 비교되면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사극체의 딱딱함과 과장된 연기를 버리고 현대극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한 게 오히려 다른 배우들과 부조화를 이루면서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했다. 드라마의 전개 역시 긴장감이 부족했다. ‘자명고’ 스토리 전개의 바탕은 고구려와 낙랑국의 대립구도다. 하지만 전쟁 사극이라 보기에는 전투신 등이 너무 부실했다. 자명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은 극 초반 시청자들에게 이미 모두 공개됐다. 삼각관계가 부각되기 위해서는 ‘허준’ ‘대장금’ 등 생활사극의 형태가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편했겠지만 그러기에는 전개가 복잡하고 친밀감도 떨어졌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점이 부족했기 때문에 참신한 시도는 재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