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으로 한층 뜨거워진 야구 열기 속에 4월 4일 문학, 잠실, 사직, 대구 4개 구장에서 문을 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는 96,800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개막일 최다 관중과 함께 사상 첫 개막전 전구장 매진을 기록하는 등 어느 해 보다도 기분좋은 출발이었다. 2009 전반기도 노장선수들의 눈부신 투혼이 대기록을 만들어냈고, 후배 선수들도 그에 뒤질세라 각종 주요기록들을 그라운드에 쏟아냈다. 가장 먼저 기록행진의 포문을 연 선수는 ‘살아있는 기록의 전설’ 한화 송진우였다. 이미 승리와 탈삼진 등 투수 주요 부문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다시 쓴 바 있는 송진우는 4월 9일 대전 두산전에서 대망의 3,000이닝투구를 완성했다. 89년 빙그레에 입단한 이후 무려 21년간의 열정과 성실함이 배어있는 관록투에서 비롯된 기록이었기에 야구장을 찾은 4천여 홈팬들 뿐만이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야구인,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대표 마무리투수 삼성 오승환은 5월 5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통산 6번째 150세이브의 주인공이 되었다. 254경기, 26세 9개월 20일 만에 작성된 기록으로 역대 구대성(한화)의 최소경기(2000년, 344G), 임창용(2004년, 28세 23일)의 최연소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두산 투수 금민철은 5월 27일 잠실 히어로즈전에서 9회말에 등판하여 브룸바, 김일경, 송지만 세타자를 단 9개의 공으로 연속 삼진 처리하며 짜릿한 마무리 피칭을 보여줬다. 프로통산 단 2번 뿐인 진기록은 공교롭게도 모두 두산 투수의 손에서 나왔다. LG 류택현은 한국야구위원회가 홀드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10년 만에 프로야구 통산 첫 100홀드의 주인공이 되었다. 승리나 세이브투수 만큼 돋보이는 존재는 아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끌어준 든든한 맏형 류택현 선수의 기록이었기에 많은 팬들이 100홀드의 순간을 기다리고 함께 기뻐했다. 프로야구 사상 첫 시상이기도 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영원한 3할 타자’ 양준혁은 올해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올시즌 전반기 내내 3할대의 높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보여준 양준혁은 시즌 초반 2,000경기 출장을 기록한데 이어 5월 9일 대구 LG전에서 종전 장종훈의 최다홈런 기록(340홈런)을 경신하며 마침내 홈런왕에 등극했다. 단 한 시즌도 홈런왕을 차지한적 없는 양준혁이 쌓아올린 금자탑이기에 그 기록이 더욱 빛이 난다. 올시즌 화려하게 부활한 KIA 이종범은 호타준족의 대표다운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6월 5일 광주 삼성전에서 개인통산 1,000득점과 500도루를 동시에 달성했다. 두 기록 모두 최소경기이다. 500도루는 전준호의 기록을 무려 266경기나 단축했다. 이종범은 2008 시즌 종료 후 등장했던 ‘은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역동적인 플레이로 올시즌 KIA의 상위권 도약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야신’ 김성근 감독과 ‘WBC의 명장’ 한화 김인식 감독은 전반기에 나란히 2,000경기에 출장해, 김응룡 전 삼성 감독이 유일했던 고지에 올라섰다. 끝장승부를 폐지한 올해 역대 최장시간이 기록되기도 했다. 5월 21일 광주에서 KIA와 삼성은 12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경기시간은 무려 5시간 58분이 소요됐다. 시즌 초반부터 타자들의 불방망이는 현격히 저하된 투수력을 지배하며 연일 뜨거운 타격전으로 이어졌다. 전반기 홈런이 이미 지난해 최종 홈런수를 넘어선 반면 투수들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졌다. 3위부터 5위까지의 치열한 중위권 경쟁은 7월 들어 전반기 내내 1, 2위를 다투는 두산과 SK마저 위협하며 하루 아침에 순위가 바뀌는 혼란이 거듭되는 등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짜릿한 경기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전체 일정의 66.5%인 354경기를 소화하고 짧은 휴식에 들어가는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는 7월 28일(화) 부터 후반기 레이스를 시작한다. 8개 구단은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순위경쟁에 돌입하고, 보다 공격적이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야구팬들을 찾아갈 것이다. 송진우-양준혁-이종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