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월요병이 아니라 일요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지상파 TV의 강자 MBC가 올해 심하게 앓고 있는 병명이다. 증상은 일요일 마다 단 한 개의 프로가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는 것. 이 정도면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이다. 드라마와 예능, 교양 프로 등 방송 내 모든 장르에서 무너져 내렸다. '드라마 왕국'의 명성은 일요일 한정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예능 간판이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애국가 시청률에 신음하고 있다. 시청률 견인의 양 축이 이렇다 보니 뉴스와 보도 프로그램 인기도 바닥을 기고 있다. 하다못해 TV 3사 시청률 싸움에서 한 걸음 비켜있다는 KBS 1TV에도 뒤질 정도다. AGB닐슨 조사에 따르면 26일 MBC는 단 한 개의 프로도 10% 벽을 넘지 못했다. 가장 높은 프로가 오후 8시 주말연속극 '잘했군 잘했어'의 9%. 반면에 SBS는 오후 10시 특별기획 '찬란한 유산'이 45.2%를 기록한데 이어 두 자릿 수 프로만 4개를 추가했다. KBS 2TV도 오후 8시 주말연속극 '솔약국집 아들들'(32.4%)과 오후 5시30분 예능 '해피선데이'( 20.5%)의 쌍끌이에 두 자릿 수 프로 4개를 더하는 뒷심을 자랑했다. 1TV는 10%대 두 개로 MBC를 누른 사실만 갖고도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MBC 일요일의 굴욕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가장 큰 문제는 간판 프로의 부재다. 주말과 심야 드라마가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믿었던 예능 '일밤'까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일밤'이 4%대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들에 완전히 밀려버린 사실이 뼈아프다. 올해들어서만 몇 차례 코너 내용을 바꾸고 제작과 출연진을 교체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백약이 무효다. 오랜 고정팬들조차 외면하는 게 요즘 '일밤'의 처지다. 드라마도 월화극 '선덕여왕'의 활약과 달리 주말에는 타성에 젖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잘했군 잘했어'의 뻔한 스토리가 그렇고, 흥행영화의 리메이크인 심야 시간대 '친구'도 '찬란한 유산'과 맞서다 보니 5% 시청률이 고작이다. 확실한 간판 프로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앞 뒤 프로의 시청률도 덩달아 오르는 주변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SBS는 예능 '일요일이 좋다'와 심야 드라마 '찬란한 유산', KBS 2TV는 '해피선데이'와 '솔약국집 아들들' '개그 콘서트' 등이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는 얼마후 새 것으로 바뀌면 빠른 판도 변화가 가능하다. 결국 MBC 일요일의 핵심 고민은 '일밤'이다. 그런데 '일밤'의 경우 당장은 해법이 없어보인다. 지난 일요일 첫 선을 보인 1부의 새 코너 '노다지'가 남녀 성대결이란 1970년대 예능 포맷을 재활용하는 걸 보니, 기존 '오빠밴드'가 처음 기획의도를 벌써 잊은 채 관객을 모독하는 엉터리 공연에 나서는 걸 보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OSEN=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