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찾은 김상현의 '여유'
OSEN 기자
발행 2009.07.29 10: 14

"물 흐르는 듯이, 그렇게 페이스를 올리고 싶어요". 다시 그가 살아나고 있다. 올 시즌 초 팀 선발진에 없어서는 안될 투수로 분투했던 김상현(29. 두산 베어스)이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팀의 주 전력으로 살아나고 있다. 올 시즌 3승 5패 1홀드 평균 자책점 5.06(28일 현재)을 기록 중인 김상현은 시즌 초 경기 내용 면에서 팀의 실질적인 1선발 노릇을 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3승에 그치기는 했으나 5월까지 평균 자책점 3.19를 기록하며 선발진의 보루로 활약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직구 구위가 하락하며 주무기였던 슬라이더, 커브까지 통타당하는 바람에 평균 자책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다. 결국 7월 중에는 2군으로 떨어져 페이스를 회복하는 데 힘썼던 투수가 바로 김상현이다. "안 좋을 때는 던지기 전에 '아, 상대에게 통타당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라며 부진했을 당시를 돌아본 김상현은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 '적어도 상대 타자에게 얻어 맞지는 않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최근 2경기서 보여준 호투는 그 이야기를 확실히 증명했다. 김상현은 지난 23일 잠실 롯데 전서 2⅓이닝 1피안타(탈삼진 4개)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28일 대전 한화 전서도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승리와 홀드, 세이브 등 개인 기록과는 관련이 없는 투구였으나 자신감이 바탕된 구위가 살아나면서 슬라이더의 각 또한 예리해진 것. 기록과 상관 없는 투구에도 김상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눈빛이다. 개인 기록에 있어서 운도 작용하는 만큼 그저 본연의 임무에 힘을 쏟는 데만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경기마다 운 같은 것도 작용하기는 하잖아요. 회심의 1구가 스트라이크인줄 알았는데 볼이 되는 경우도 있고, 타선이 터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래도 그런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그저 저는 제 공을 던질 뿐입니다". 뒤이어 김상현은 조바심과 부담감 속에 페이스를 억지로 끌어 올리기보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그저 훈련에 열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노자가 이야기 한 '상선약수'의 이치를 생존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서 최고의 복안으로 택한 김상현의 전략이 더욱 신선했다. "물이 흘러가듯이, 그렇게 제가 해야 할 일들에 열중하고 싶습니다. 괜한 부담감으로 제 자신을 재촉하기보다 물 흘러가는 것처럼 지내다보면 저에게도 최고의 기회가 다시 돌아올 것 같아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며 실질적인 1선발로 활약했으나 슬럼프로 인해 주춤했던 김상현. 심리적인 여유 속에 자신감을 되찾은 그의 다음 활약이 어떻게 펼쳐질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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